소셜미디어를 통해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해온 한 요식업체 사장이 15억원에 달하는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는 신고가 제기돼 고용당국이 감독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고의·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7개 기업에 대해 전국 6개 지방노동청이 동시에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특별감독은 그간의 임금 체불 신고를 분석해 선별한 기업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첫 사례다. 통상의 특별근로감독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사회적 물의를 받은 기업 등에 대해 실시해왔다.
감독 대상은 체불임금 규모와 무관하게 지급 능력이 있는데도 고의로 임금을 주지 않은 기업들로 선별됐다.
한 요식업체 사장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전국에 20개가 넘는 고급 음식점을 운영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화로운 생활을 공개해 왔다. 명품이나 고가 외제차, 고급 아파트 등이 등장하고 유명 연예인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에서는 작년 이후 최근까지 임금이 밀렸다는 직원들의 신고가 320여 건 제기됐다. 체불액은 15억원에 달한다.
대구 소재 요양병원 두 곳은 국가로부터 요양보호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받고도 퇴직자들에게 고의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특히 “고령자는 업무능력이 떨어져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지급을 거부하기도 했다.
경기 남양주 소재 건설업체는 원청으로부터 정상적으로 공사대금을 받았으나, “현장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전국 현장 근로자의 임금을 여러 차례 체불했다.
서울 강북 소재 물류업체는 근로자의 근무 마지막 달 임금을 고의로 떼먹는 일을 반복했다.
주로 최저시급을 받는 근로자들이어서 총 체불금액은 1억1000만원으로 크지 않았으나 명백히 고의적이고 상습적이어서 이번 감독 대상에 포함됐다.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운영해 근로기준법 적용으로 회피하며 임금을 밀린 부산 가스충전업체, 용역대금을 받아 직원에게 주는 대신 다른 사업체 운영비로 사용한 광주 인력공급업체 등도 감독 대상이 됐다.
고용부는 이들 7개 기업에 대해 노동관계법 전반의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법 위반 사항은 즉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외에 상습적으로 임금 체불이 발생한 또 다른 기업 2곳에 대해서는 우선 기획감독을 벌인 후 고의적인 체불이 확인되면 특별감독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작년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는 571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0% 급증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향후에도 업종·규모와 상관없이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고 제대로 청산하지도 않은 사업주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근로감독 역량을 최우선으로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