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발표를 앞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지난 10차 보다 더욱 상향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통 보강이 안되면 실질적인 보급 확대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2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11차 전기본 상 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난 10차 계획의 2030년 21.6%, 2036년 30%보다 각각 최소 5%포인트 이상 늘어날 것으로 알려졌다.
11차 전기본 수립에 대해 잘 아는 한 관계자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30년 NDC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0% 감축하는 것이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송전망 계통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전기본 수립 당시 공청회와 국회 상임위에서는 2030년 NDC 상향안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30%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과다한 수치라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수립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재생에너지 보급여건 하에서 10차 전기본상 2030년 21.6%도 도전적 수치이다. 실현가능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향후 규제개선, 각종 영향평가제도 개선, 계획입지제도 수립 등 제도 개선 노력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30년 NDC 목표 달성 가능 여부에 대해 “어떠한 부연설명도 필요없이 달성이 불가능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2030년 NDC와 2050년 탄소중립를 법제화 한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이를 주도한 국가들도 행정부의 다짐 정도인데 우리만 앞서서 법제화를 해버렸다"며 “이 때문에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 국가 차원의 에너지계획이 다 영향을 받아 비현실적 계획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1년에 만든 2030년 NDC가 왜 중장기 계획인지 모르겠다. 송전망도 표준공기가 7∼8년, 발전소도 10년 가까이 걸린다. 현실성이 너무나도 중요한 계획인데 이를 주도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너무나 가볍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석탄을 더 조기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0년 된 발전소의 폐쇄도 세계적으로 볼 때는 '초초 조기폐쇄'이다. 전력수급과 산업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11차 전기본은 수차례 초안 발표가 연기된 끝에 무탄소 전원 확대를 위해 '신규 원자력발전소 규모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하지만 계통 보강이 전제되지 않으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한전은 2036년까지 송전과 변전에 56조원, 배전에 44조원 등 총 100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 인프라 투자가 완료돼야 2036년까지 예정된 발전소들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관련 투자는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 사이 인프라 투자를 전제로 한 발전사업 허가가 크게 늘었다. 해상풍력, 호남영남 태양광 등 신규 비분산 재생에너지의 경우 인프라 건설이 완공돼도 전력계통 접속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향후 신규발전사업 허가도 나지 않는 등 많은 문제 소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자 2026년까지 전력 송배전 인프라 완공 계획을 밝혔지만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11차 전기본에 원전 2기 혹은 4기, 10기, 재생에너지가 대폭 반영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당장 한전 적자 해소 위한 전기요금 정상화, 정치 독립적인 전력산업 거버넌스 개편, 송배전망 등 인프라 확충이 더 시급하다"며 ““전력당국의 최우선 과제는 전기요금 정상화 등 송배전망 사업자인 한전이 필수 투자를 차질없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차 전기본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 적용된다. 초안 발표 이후 환경부의 전력환경영향평가, 공청회, 국회 상임위 보고, 전력정책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안이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