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7월 07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윤병효

chyybh@ekn.kr

윤병효기자 기사모음




중국 때문에 발칵 뒤집힌 일본 재생에너지 업계…무섭게 크는 중국 파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07 07:00

일본 정부 재생에너지 문서에 중국 전력망공사 로고 찍혀

정치권 및 업계 “중국 로비, 지원 받은 거 아니냐” 의혹 제기

손정의 회장 설립 재생에너지연구소 소장 실수로 들어간 듯

일본의 과민 반응, 그만큼 중국의 파워가 강력하다는 반증

일본 2016년 5월 25~26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 전력망 연결 워크숍에서 중국국가전력망공사(SGCC) 로고가 들어간 자료이다

▲일본 정부의 재생에너지 문서에 중국국가전력망공사(SGCC) 로고가 찍히면서 일본 경제계가 발칵 뒤집혔다. 조사 결과 해당 로고는 2016년 5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 전력망 연결 워크숍에서 빌표된 중국국가전력망공사의 문서를 일본 재생에너지연구소가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찍힌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일본 재생에너지연구소

일본 재생에너지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회의 문서에 중국 전력망 국영기업의 로고가 찍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일본 정책 수립에 개입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조사 결과 해프닝으로 결론났지만, 그만큼 중국 재생에너지산업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7일 일본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3월 22일 내각부 산하의 재생에너지 규정을 검토하는 테스크포스 회의에서 나온 문서 중에서 표지를 제외한 모든 페이지에서 중국국가전력망공사(SGCC)의 로고가 찍혀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일본 정부의 문서에 중국 국영기업 로고가 찍힌 것이 발견되면서 일본 경제, 산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일본의 재생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에 중국 정부가 개입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리고 그 불똥은 세계적 IT 재벌인 손정의(일본명 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그룹 회장한테도 튀었다.


문제의 문서는 테스크포스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 재생에너지연구소의 오바야시 미카 소장 측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생에너지연구소는 손정의 회장 주도로 설립 및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재생에너지연구소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적극 보급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창하고 있는 곳이다. 2011년 설립돼 24명의 전문 연구원을 두고 있다.




재생에너지연구소는 일본 정부의 정책도 과감히 비판하는가 하면 한국과 일본 간의 재생에너지 협력을 위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연구소는 동북아를 전력망으로 연결하는 아시아 수퍼그리도 비전도 강조하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을 전력망으로 연결해 중국, 몽골, 러시아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한국과 일본에 공급하자는 비전이다. 손 회장은 2019년 7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과 만나 동북아 전력망 연결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중국 국영기업 로고 사건으로 인해 손 회장과 재생에너지연구소가 중국의 입김이나 지원을 받아 정부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19년 7월 4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만나 인공지능(AI)과 동북아 전력망 관련 논의를 했다.

▲2019년 7월 4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만나 인공지능(AI)과 동북아 전력망 관련 논의를 했다. 사진=청와대 영상 캡처

재생에너지연구소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해명 과정에 한국도 나온다.


해명에 따르면 오바야시 소장은 테스크포스 멤버로 참여하면서 전력망 관련 참고 문서를 제출했는데, 그 문서에 SGCC 로고가 있었지만 로고 색깔과 문서 바탕색이 모두 흰색이라서 미처 로고를 빼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바야시 소장이 참고한 문서는 2016년 5월 25일부터 26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 전력망 연결 워크숍에서 나온 자료이다. 당시 워크숍에는 한전, 아시아개발은행, SGCC, 몽골 에너지부가 참석했다. 이 모임은 7월에 연구그룹을 출범시켰고, 여기에 일본 에너지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오바야시 소장은 이 때 입수한 문서를 최근에 재활용하면서 미처 로고를 지우지 못했다는 것이 해명의 주 내용이다.


지난 3일 일본 내각부는 SGCC 로고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 내용은 △재생에너지연구소와 오바야시 미카 소장은 중국 정부와 금전적 지원을 포함한 특별한 관계가 없고 △로고 문제는 단순 사무적 실수이며 △소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연구소 직원은 회의에서 중국 정부나 SGCC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순 해프닝으로 결론났다.


하지만 결과 발표 후에도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오바야시 소장은 태스크포스에서 사임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해 국적과 이름 등에 대해 온라인 명예훼손이 가해지고 있다.


이번 로고 사태로 일본이 얼마나 중국을 경계하고 있는지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과 중국은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도 있지만, 중국의 재생에너지산업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시장을 압권하면서 그에 대한 경계심도 바짝 올라 선 상태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중국의 태양광 모듈 생산량은 16년 연속 세계 1위,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12년 연속 세계 1위, 태양광발전 설치량은 10년 연속 세계 1위, 태양광발전 설비 누적 설치량은 8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 풍력도 2023년 9월 말 기준 신규 풍력발전 설치용량은 14년 연속 세계 1위, 누적 설치용량은 13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했다.


2020년 중국의 태양광 발전 원가는 2010년 대비 85% 감소했고, 태양광 전환 효율은 2010년의 14.7%에서 20% 이상으로 증가했다.


중국은 원재료 공급망 선점을 통한 저가 공급, 값싼 전기료 및 인건비, 공장 자동화와 여기에 품질까지 갖추면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동일 성능으로는 중국 제품을 도저히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고급화 전략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국내 탄소중립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같은 성능으로는 중국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 무조건 고급화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문제는 중국이 기술력까지 앞서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에너지를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미국처럼 고관세를 매기지 않는 이상 자유무역에서 중국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탄소중립이냐, 산업보호냐 갈림길에서 탄소중립을 택한다면 그냥 중국 제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