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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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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리스크 온다”…유럽 IB, 석유·가스株 탈출러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01 11:11
빅오일

▲글로벌 석유공룡 '빅오일'(사진=로이터/연합)

유럽계 주요 연기금과 투자은행(IB) 등을 포함한 기관들이 화석연료와 연관된 자산을 줄줄이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가스 등 기업들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익스포져를 하루라도 빨리 처분해야 투자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100억달러(약 152조원)를 운용하는 덴마크 최대 연기금인 덴마크 연금펀드(PFA)는 그동안 보유했던 글로벌 석유공룡 셸 주식 1억7000만달러(약 2343억원) 가량을 최근 모두 처분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셸의 투자규모가 너무 작다는 이유에서다.


셸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100억~150억달러(약 13조~20조원)를 들여 전기차, 저탄소 연료, 재생에너지, 수소, 탄소포집 및 저장 등의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셸은 작년 저탄소 분야에 56억달러(약 7조원) 투자한 바 있는데 이는 전체 지출의 23%를 차지했다.


그러나 영국 싱크탱크 '전환 경로 이니셔티브 연구소'(TPI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셸의 에너지전환 속도가 기타 유럽 석유 공룡들에 비해 늦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는 또 석유업계가 적절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석유 투자자들은 그들이 직면한 리스크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PFA의 라스무스 베싱 ESG 투자 및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에너지전환에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셸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왔다"고 꼬집었다.


유럽의 다른 기관들도 PFA와 비슷한 행보를 펼쳐왔다.


5500억달러(약 758조원)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네덜란드 공적연금(ABP)는 지난 5월 총 110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하는 석유, 가스, 석탄과 연관된 유동성 자산(주식, 채권, 선물 등)을 모두 처분했다.


ABP는 유동성이 낮은 화석연료 자산에 별도로 50억달러(약 6조8950억원) 가량 투자한 상황인데 이마저도 다각화시킬 계획이다.


프랑스의 경우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ESG란 이름을 유지하려면 75억달러(약 10조3410억원)에 달하는 화석연료 자산이 처분돼야 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영국 교회연금위원회(CEPB), 영국성공회 재무위원회는 보유하고 있는 셸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지난해 으름장을 놨고 스웨덴 연기금 AP7은 엑손 모빌 주식을 제외한 데 이어 사우디아람코, 인도국영석유회사(ONGC) 등을 겨냥한 제외 정책도 구축한 상태다.


덴마크의 또 다른 연기금 아카데미커펜션(AkademikerPension)은 운영하는 200억달러 포트폴리오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석유 및 가스 주식을 작년에 모두 처분했다. 아카데미커펜션은 이제 화석연료 생산업체들에게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주식을 처분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아카데미커펜션의 트로엘스 보릴드 책임투자 총괄은 “이러한 매각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에서 약간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에너지전환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가격에 반영이 안됐지만 저탄소 포트폴리오가 향후 안겨줄 수익은 더욱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기금에 이어 BNP파리바, 크레딧 아그리콜 등 글로벌 IB들도 석유와 가스에 대한 익스포져를 축소하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미국 월가 IB들에 이어 영국계 바클레이즈는 금융업이 석유와 가스 고객들에게 등을 돌릴 수 없으며, 화석연료를 배제하는 움직임은 경제적으로 무책임하다고 입을 모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S 벤카타크리슈넌 바클레이즈 CEO는 지난달 23일 세계 경제가 넷제로 달성을 향해 노력하고 있지만 화석연료를 한순간에 중단할 수 없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헨리 크래비스 창립자는 기후 시위자들이 에너지 전환의 경제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최근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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