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무더위에 냉방 수요가 늘어나며 전력사용량이 급증하자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한전의 재상태를 고려할 때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의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사용량은 300킬로와트시(kWh)를 넘어 기본으로 누진제 2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현행 누진제는 kWh당 120원(1단계)→214.6원(2단계)→307.3원(3단계)→736원(슈퍼유저)로 이뤄져있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관련 토론회를 열고 “현재의 누진제가 국민의 생존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필수 재화인 전기에 적용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주택용 전기소비자인 대한민국 국민은 누진 요금규정을 회피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력당국은 폭염으로 인한 '냉방비 폭탄' 우려가 커진 2016년 100킬로와트시(kWh) 구간별 6단계로 구분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200kWh 단위 구간별 3단계로 개편했다. 가장 낮은 구간 요금 대비 가장 비싼 구간 요금의 비율인 누진 배율이 기존 11.7배에서 3배로 대폭 낮아지는 등 가정용 전기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을 전반적으로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후 정부는 2018년 추가로 냉방용 전력 사용이 많은 여름철에 한해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확대해 냉방비 부담을 낮췄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현행 누진제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많다"며 “누진배율을 축소한 누진제 완화 방식과 누진제 전면 폐지 후 단일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진제 개편과 누진 구간 확대, 2019년 하절기 (냉방비) 바우처 도입 등으로 저소득층 역시 어느 정도 냉방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며 “오히려 현재보다 (누진) 배율을 낮추거나 (누진제 단계를) 2단계 이하로 줄여도 일상용은 물론이고 냉방용 수요 역시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전기요금 수준이 지금처럼 낮은 상황에서는 누진제 완화, 단일요금제도가 국민부담은 줄여줄 수 있어도 한전과 전력시장 전반의 건전성을 담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전에 따르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전체의 평균을 100이라고 할 때,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54, 산업용 전기요금은 66 정도다.
주택용 전기요금과 산업용 전기요금이 OECD국가 중에서 모두 4번째로 저렴한 수준이다. 산업용과 주택용 모두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타당성이 실리는 수치다.
한전 관계자는 “비합리적인 누진제는 개편해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게 맞지만 이미 저렴한 주택용 전기요금을 더욱 완화하기에는 한전의 부담이 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폭염에 전력사용량이 급증하자 가정용 뿐만 아니라 교육용, 농업용 등 각종 전기요금 인하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박진표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누진제 보다 용도별 요금제를 개편해야 한다"며 “농업용, 교육용이라고 무조건 싸게 해주는 게 아니라 부하패턴, 공급전압, 사용시간에 따라 요금을 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또 “한전 정상화를 위해 경영 쇄신은 물론 중장기적 전기요금 누진제의 합리적 개선과 저소득층 냉방 수요 충족을 위한 지원 확대가 동시에 검토돼야 할 시점"이라며 “무조건 인하해 달라가 아니라 한전 총괄원가, 용도별 요금 기준 및 산정내용 공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