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보급속도가 더욱 침체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는 올해 3분기 동안 겨우 2만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속도라면 올해 신규 전기차 충전기 보급량이 지난해 달성한 10만여기에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관측된다.
업계는 최근 이어지는 전기차 화재 사고에 따른 신규 규제 도입이 늦어지면서 전기차 충전기 보급이 침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의 전기차 충전기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동안 총 1만8447기의 전기차 충전기가 신규로 추가됐다. 올해 3분기까지 총 누적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기 수는 37만923기다.
지난해까지 누적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기 수는 총 29만1905기였다. 올해 동안 전기차 충전기가 총 7만9018기가 늘어난 셈이다.
올해 하반기의 전기차 충전기 보급속도는 상반기보다 느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신규 전기차 충전기 보급량 1만8447기는 올해 상반기 동안 신규 보급량 6만571대의 30.5%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총 전기차 충전기 보급량이 지난해보다 적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는 전기차 충전기가 신규로 10만기 이상 늘어났다. 지난 2022년 누적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기는 총 19만1483기로 지난해 10만422기가 추가로 늘어났다.
올해 4분기 전기차 충전기 신규 보급량이 2만982기 이상은 기록해야 올해 신규 전기차 충전기 보급량 10만대를 달성할 수 있다.
자칫 4분기 전기차 충전기 신규 보급량이 3분기 수준에 그친다면 올해 신규 보급량이 지난해 보급량보다 뒤쳐질 수 있다.
환경부의 전기차 충전기 목표에 따르면 매년 전기차 충전기 보급량을 지난해보다 대폭 늘려도 모자를 판이다.
환경부는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라 수송 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보급을 달성할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 보급을 위해 전기차 충전기도 충분히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2030 충전인프라 구축 로드맵'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 총 목표 보급량은 2030년까지 총 123만기로 정해졌다. 앞으로 2030년까지 85만기 이상은 늘려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기 보급에 차질이 생기면 결국 2030 NDC 달성에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
업계는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올해 전기차 충전기 보급량이 지연됐다고 분석했다. 화재 대비 규정이 추가됐지만 아직 신규 전기차 충전기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해 늘리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지난 8월 1일 인천 청라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할 이후 지난 9일에는 전북 전주시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 또 불이 났다. 전기차 관련 화재가 계속 발생하면서 업계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한 전기차 충전기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기 화재로 일단 전체 신규 보급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초부터 화재예방형 스마트제어(PLC) 전기차 충전기에 추가 보조금을 준다고 한 거 때문에 하반기에 그걸로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직 환경부에서 관련 전기차 충전기 승인이 나지 않았다"며 “올해 3분기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량이 급감한 것은 그런 이유로 본다. 11월에 관련 인증이 나와도 오는 12월에 시공하면 내년에 운영되는 거라 올해 4분기 전기차 설치량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