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이어 12일로 잠정 합의됐다가 계속 뒤로 밀려
야당 재생에너지 확대 요구…내년 무탄소에너지 예산 삭감
전기사업법상 국회보고 의무, “최종안 수정으로 타협할 수도"
정부 에너지정책의 핵심 계획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이 마지막 문턱인 국회보고를 계속 못하고 있어 결국 올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사업법상 전기본 수립을 위해선 국회보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소관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당초 지난 7일로 국회보고를 계획했으나 산자위의 '의사일정'을 이유로 미뤄졌고, 12일 산자위 전체회의에서도 전기본 보고 없이 예산안만 논의될 예정이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회 산자위의 예산소위와 12일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11차 전기본의 국회보고는 없을 예정이다.
에너지업계는 산업부 장차관이 모두 참석하는 회의인 만큼 11차 전기본의 국회보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2년마다 수립하는 전기본은 올해 5월 말 실무안이 공개됐고, 이어 지난 9월 정부안 공개 및 공청회가 진행됐다. 이어 국회 상임위에 보고만 하면 모든 절차는 완료되는 데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전기사업법 제25조(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립) 5항에는 '전기본 수립 또는 변경 시에는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의무절차이기 때문에 국회보고가 안되면 최종 수립도 그만큼 늦어지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실 11차 전기본은 국정감사 전까지 국회보고를 마무리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로선 사실상 '무기한 연기' 상태"라며 “예산정국 돌입, 김건희 여사 논란 등으로 여야의 대치가 극으로 치닫고 있어 국회보고 일정이 언제 합의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이미 내년도 무탄소에너지 예산 삭감, 검찰 특활비 예산 삭감 등으로 대통령실, 정부, 여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신규 원전 철회 및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민주당은 지난 정부부터 줄곧 탈원전,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은 신규 원전 백지화가 아니면 보고도 받지 않고 향후에도 계속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며 “국회는 결국 여야 합의이다. 야당은 전기본 국회 통과를 빌미로 김건희 여사 특검이나 다른 쟁점 법안 통과를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 통과 과정에서 전기본의 최종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 중요한 국가적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계획 수립 후 국회의 검토를 거쳐 계획을 추가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야당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 수립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지난 9차 전기본도 원래 일정보다 1년이 연장된 바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11차 전기본은 2038년까지의 국가 발전설비계획을 담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8년까지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원 비중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계획이 돼 있다.
2038년 전원별 발전비중은 △원전 35.6% △석탄 10.3% △LNG 11.1% △신재생에너지 32.9% △수소·암모니아 5.5% 등이다.
2038년까지 원전 비중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형모듈원전(SMR) 1기와 대형 원전 3기 등 총 5기가와트(GW)에 육박하는 신규 원전 진입이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나라 자연에너지가 부족한 현실적 여건 상 신규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민주당 등 야당은 RE100(기업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및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