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9일(화)
에너지경제 포토

나유라

ys106@ekn.kr

나유라기자 기사모음




은행권 CEO 인선 ‘혼전’...정치적 셈법-금융사고에 희비 갈리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1.19 16:31

검찰, 조병규 우리은행장 피의자 명시
우리금융 이사회, 우리은행장 연임시
경영진 감시·견제 기능 결여 비판 부담

국민은행장·신한은행장, 연임 무게
하나은행장, 차기 회장 인선 변수
NH농협은행장, 새 행장 선임될 듯

사진 왼쪽부터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 왼쪽부터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5대 시중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로 마무리되는 가운데 금융 사고를 두고 내외부에서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은행장들의 거취에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최후통첩 받아든 우리은행장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장 가운데 가장 주목도가 높은 인물은 조병규 우리은행장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당초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조 행장의 거취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지만, 검찰이 이틀간 서울 중구 우리은행장 본점을 압수수색하고, 조 행장을 피의자로 명시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검찰은 조 행장이 행장 취임 후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을 두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제12조 보고의무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총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했다는 검사 결과를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금감원으로부터 통보받은 내용 외에 70억~80억원 상당의 추가적인 불법 대출 혐의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이달 22일 정기이사회가 예정됐는데, 이미 조 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이사회가 조 행장의 연임을 결정할 경우 조직 안정은 물론 금융당국으로부터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및 감시 기능, CEO 선임 및 승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우리은행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태에 대해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실, 우리은행 행장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히나 검찰이 조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이미 조 행장의 혐의에 상당한 확신을 갖고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검찰이 조 행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임 회장과의 연관성을 포착할 가능성도 아직까지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우리금융 이사회 입장에서는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태라는 칼끝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향하기 전에 우리은행장을 교체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인 셈이다. 조 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인 점을 고려할 때 이사회는 조만간 조 행장의 거취와 차기 우리은행장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할 정도면 조 행장의 혐의에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 아니겠나"라며 “우리금융 이사회는 CEO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장-신한은행장, 연임 '이상 무'

우리금융이 내외부의 입김과 정치 셈법, 전 회장 사태 등으로 CEO 인선에 곤혹을 치르는 것과 달리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무난하게 연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인 KB뱅크(옛 KB부코핀은행) 대규모 손실 등은 변수이긴 하지만, 우리은행을 둘러싼 분위기와 비교하면 해당 이슈는 법적리스크가 아닌 '경영상 회복될 수 있는 사안'에 해당된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ELS 불완전 판매 사태 관련 은행권 손실상환 계좌 97.4%에 대한 배상안을 안내했고, 이에 동의한 85.7%에 자율배상을 실시했다. KB뱅크는 내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해 부실채권 대량 매각, 부실여신 회수 등을 진행 중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ELS는 공모펀드이기 때문에 은행장에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장, 교체될 듯...하나은행장, '함 회장 거취' 변수

올해로 2년 임기를 마친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교체 가능성이 높다. 농협은행장은 시중은행장과 달리 현 행장이 연임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올해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타행과 달리 각종 금융사고에서 자유롭지만,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내년 3월로 만료되기 때문에 함 회장 거취에 따라 그룹의 인사 방향성도 달라질 수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현재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과 함께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어 그룹 내 입지가 상당하다.


5대 은행을 제외한 타 금융사는 차기 CEO를 속속 확정하고 있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연임이 확정돼 2019년 3월 취임 이후 2028년 3월까지 JB금융지주를 이끌게 됐다. SC제일은행은 내년 초 박종복 행장이 물러나고, 이광희 기업금융그룹장(부행장)이 SC제일은행장에 공식 취임한다. 신학기 수협은행장은 최근 본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2년 임기를 시작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