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0월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내린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다, 수출 둔화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통해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2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로 0.25%포인트(p) 내렸다. 한은은 지난달 4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내린 것은 닷컴버블과 미국 9·11 테러 충격이 있었던 2001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 두 차례 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불확실성을 고민하고 있었지만 레드 스윕(공화당의 의회 상하원 석권)은 저희 예상을 좀 넘어가는 면이 있다"며 “미국 대선 결과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책 불확실성을 확대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3분기 때 수출액 기준 증가세가 크게 낮아진 원인이 뭔지 검토해 보니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경쟁국가의 수출 경쟁이 심화되고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두 가지 큰 변화를 반영해 성장 전망치를 낮췄다. 수출에 관한 불확실성과 성장 전망 조정은 새로운 정보고 굉장히 큰 변화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0.2%포인트(p)씩 하향 조정했다. 1%대 성장률은 잠재성장률(2%)을 하회하는 수치다.
금통위에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용성, 유상대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기존 연 3.25%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장 위원은 지난 10월 유일하게 동결 소수의견을 냈는데 이번에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3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두고도 3대3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지난달에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금통위 안에서도 전망이 바뀐 것이다. 이 총재는 “6명 중 3명은 3개월 내 3%로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나타냈다"며 “나머지 3명은 3%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중립금리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을 고려해 금리 인하 속도를 점진적으로 조절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대내외 경제 여건 뿐만 아니라 성장 전망 자체의 불확실성도 높아 향후 경기 전망의 변화에 따라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 금통위 후 대내외 여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소수의견이 나온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하와 동결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당분간은 정부의 거시안정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가계부채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이 총재는 답했다. 기준금리 인하 실기론에 대해서도 “가계대출이 올라가는 시점에 동력을 막았다고 생각한다"며 반박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내리기 전에도 5~6월 이후에 미국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한국의 정책금리는 안떨어졌지만 시장금리가 굉장히 많이 떨어져 9~10월 가계부채를 폭증시켰다"며 “한은이 8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한 번 쉬어감으로써 상당한 정도로 가계부채를 안정시키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동력을 막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가계부채 추세를 보면 이달은 이사철 등으로 조금 올라가겠지만 11월에는 가계부채가 5조원대로 유지될 것 같고 12월에는 하향 추세가 있을 것 같다"며 “이것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 부채와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될지를 계속 보면서 금리 인하 시기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총재는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언급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한은 총재로서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