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내년까지 6년 동안 잠재 규모(잠재성장률)를 하회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저출산, 고령화, 규제 등의 문제가 겹쳐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장기 침체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01∼2025년 한국·G7 국내총생산(GDP)갭 현황'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GDP갭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전망했다. GDP갭은 실질GDP에서 잠재GDP를 뺀 수치다.
잠재GDP는 한 나라의 노동, 자본,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경제 규모)를 의미한다. GDP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특정 해의 실제 생산 수준(실질GDP)이 잠재GDP보다 낮다는 것이다.
한국의 연도별 GDP갭율(실질GDP-잠재GDP/잠재GDP)을 보면 2020년 -2.5%, 2021년 -0.6%, 2022년 -0.3%, 2023년 -1.0%, 2024년 -0.4%, 2025년 -0.3%로, 6년 연속 마이너스로 추산된다. 2001년부터 2019년까지는 GDP갭이 2년 연속 마이너스인 경우는 없었다.
G7 국가를 보면 2020년 이후 GDP갭은 매년 양수와 음수가 고루 나타나고 있다. 단 프랑스는 한국과 똑같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경기 변화에 따라 GDP갭율이 높지 않은 수준에서 양과 음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을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양수가 지나치게 크면 인플레이션, 경기 과열 우려를 반영하고, 음수가 지나치게 크면 경기 침체, 높은 실업률 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GDP갭이 양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하다는 의미며, 정치 상황이나 규제 등으로 경제 생산성이 장기적으로 매우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일종의 구조적 스태그네이션(경기 침체)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국의 잠재GDP 증가율과 관련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OECD는 2023년과 2024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로 추정했다. 2022년 2.3%에서 1년 새 0.3%포인트(p) 낮아졌다. 특히 OECD 추산 한국 잠재성장률은 2001년 5.4%를 시작으로 모두 전년 대비 정체되거나 줄었다. 2008년 4.0%가 절반인 2.0%로 줄어드는데 1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반면 G7 국가들의 잠재성장률은 오히려 최근 다시 높아지고 있다. OECD 추산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잠재성장률(2.0%)은 미국(2.1%)보다 낮아졌다. OECD가 2001~2024년간 추정한 통계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G7 국가를 밑도는 경우는 처음이다.
한은은 연말 새 잠재성장률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자체 잠재성장률 추정 범위를 2021∼2022년 기준으로 '2% 내외'로만 밝혀왔다. 한은 추정치 역시 2001∼2005년 5.0∼5.2%, 2006∼2010년 4.1∼4.2%, 2011∼2015년 3.1∼3.2%, 2016∼2020년 2.5∼2.7% 등으로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한은과 정부는 최근까지 당초 예상보다 성장률이 낮다는 우려에 '잠재성장률(약 2%)을 넘고 있다'고 반박해 왔다. 하지만 한은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내년과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9%, 1.8%로 1%대로 낮췄다.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조차 도달하지 못할 만큼 악화된 것인지, 잠재성장률이 1%대로 줄어 저성장 국면이 불가피한 것인지 경기 해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새 잠재성장률이 기존 2%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