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후테크 특허가 특정 기업과 기술에 편중됐고, 후속파급력, 창의성 등 질적 성과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이 기술개발 성과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기후테크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2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기후테크의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기후위기 해결, 지속가능경제 구축을 위한 국제사회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탄소배출이 '0'인 탄소중립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기후테크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후테크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도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기술을 뜻한다. 탄소중립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요소다.
기후테크 혁신은 탄소중립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경제활동의 위축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제연구원이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출원건수 기준 주요국의 기후테크 혁신실적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양적으로 양호했다.
2011~2021년 중 우리나라의 기후테크 특허출원건수는 미국(35%), 일본(27%)에 이어 세계 3위였다. 이는 독일(6%), 프랑스(4%) 등 주요 유럽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는 최근까지도 기후테크 특허출원이 꾸준히 늘어 주요 선진국과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국가별로 상위 4개 기업이 기후테크 특허출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약 70%로 특정 기업에 대한 편중이 두드러졌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 기후테크 특허출원건수 기준 상위 기업을 보면 LG화학이 30.6%로 가장 많고, LG에너지솔루션(15.2%), 삼성전자(14.1%), LG전자(8.1%) 순이었다. 이들 기업은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기업 R&D 지출의 29%를 차지했고, 혁신활동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다만 상위 4개 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의 기후테크 특허출원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화학, 정유, 철강 등 탄소 다배출산업의 탄소저감기술이나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과 같은 핵심유망기술에서는 특허실적이 부진했다.
이렇듯 우리나라 기후테크 혁신실적이 특정 기업, 기술에 편중되고 질적 성과가 미흡한 배경에는 기후테크 혁신에서 중장기적 필요성보다 단기적 성과가 우선시됐기 때문이라고 연구원은 진단했다. 정부의 R&D 지원과 탄소가격 정책이 중장기적 시각의 기후테크 혁신을 충분히 유도하지 못한 점도 원인로 꼽힌다.
실제 저탄소에너지기술에 대한 정부의 R&D 투자 비중은 2021년 2.9%로, 중국 제외 10대 선도국 중 최하위를 나타냈다.
신생중소기업 등의 기후테크 혁신자금 조달여건도 취약하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녹색채권 발행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30%로 10대 선도국 평균(0.57%)보다 크게 낮았다.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기후테크의 선두 개척자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기술개발 성과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기후테크 R&D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탄소 다배출산업의 탄소저감기술 등 개발 필요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원은 탄소배출 기업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비용을 부담하도록 탄소가격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혁신자금 공급여건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기술 상용화 이전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죽음의 계곡'을 효과적으로 건널 수 있도록 벤처캐피탈 투자 활성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앞선 세 가지 정책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우리나라가 기후테크 분야에서 '선두 개척자'로 도약할 잠재력이 있다"며 “정부 R&D 지원, 탄소가격 인상, 기후테크 벤처캐피탈 투자 모두를 40%씩 확대할 수 있다면 혁신의 양과 질을 모두 반영한 기후테크 혁신성과가 최상위국 수준에 이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