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저렴한 제품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했던 중국 기업이 올해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과 정면 승부에 나선다. 가격 이점에 기술력까지 확보해 한국 첨단산업을 본격적으로 추월하겠다는 전략이다.
6일 국내 산업권에 따르면 올해 중국 첨단산업 기업의 국내 진출이 눈에 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오는 16일 국내에서 승용차 브랜드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BYD는 중형 세단과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등을 출시해 국내 현대자동차·기아와 정면으로 경쟁하겠다는 포부다.
최근 한국법인을 설립한 샤오미도 올해 상반기 한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삼성·LG전자와 정면 승부에 나선다. 샤오미는 2016년부터 한국에서 총판을 운영해왔으나 올해부터는 직접 법인을 통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BYD·샤오미 등의 한국 진출의 성공 여부를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국 첨단기업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은 이제 이제 국내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추월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분석된다.
이전에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가성비 제품을 통해 한국 시장을 공략했던 것과 달리 고급 제품을 출시해 국내 대기업의 제품과 정면 승부를 해볼 만한 기술력과 상품성을 갖췄다는 자가 진단에서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산업권에서는 국내 기업이 낡은 규제에 위축돼 있는 동안 중국 업체가 무섭게 성장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첨단기업 433개사를 대상으로 '첨단전략산업 규제체감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반수 이상인 53.7%가 국내 규제 수준이 중국 등 경쟁국보다 강도 높다고 응답했다. 업종별로는 이차전지(58.2%), 바이오(56.4%), 반도체(54.9%), 디스플레이(45.5%) 순으로 규제가 과도하다고 답변했다.
특히 규제 이행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전체 중 72.9%에 달했다. 이행이 수월하다고 답한 비율은 2.7%에 불과해 규제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 업종에서 83.6%가 부담을 느낀다고 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규제가 과도하다고 지적한 이유로는 '규제가 너무 많다'(32.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규제 기준이 높다'(23.1%), '자료 제출 부담이 크다'(21.8%) 이유 등이 뒤를 이었다.
규제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낮았다. 전년 대비 규제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42.7%에 달했고, 향후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17.2%에 그쳤다.
기업들은 규제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기술(29.6%), 인력(17.8%), 금융(14.7%), 환경(12.6%) 등을 꼽았다. 특히 바이오 업종은 43.6%가 기술 규제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AI 기반 혈당 측정 기기를 개발했지만 중복 인증 절차로 인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졌다"며 기술 규제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중국과 크게 다른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제조 2025' 발표하면서 10대 핵심 산업 23개 분야를 미래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핵심기술 부품 및 기초소재의 국산화율을 2025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에 대규모 산업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하반기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분야에서 중국이 국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의 3~9배에 달하는 막대한 산업보조금 지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가격 이점까지 차지한 상황에서 첨단산업의 기술 개발에서도 추월당한다면 국내 대기업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낡은 규제를 철폐해 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