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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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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트럼프의 무역 전쟁에 환경단체 반발…“청정산업 최대 희생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0 13:52

친환경 부품 대부분 중국서 생산해 친환경 산업 위축

미 환경단체 “탄소감축 국제 노력 크게 흔들릴 수 있어”

USA-TRUMP/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9일, 뉴올리언스로 슈퍼볼 참석을 위해 이동하는 동안 에어포스원에서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명칭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하는 선언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외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태양광패널, 전기차 배터리 등 청정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환경단체들은 청정산업이 무역전쟁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트럼프로서는 의도한 결과로도 해석된다.


10일 미국 정부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취임 직후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 등에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명분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글로벌 청정산업 공급망을 흔들어 결과적으로 탄소 배출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무역전쟁이 전 세계 기후 대응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세계 2위와 1위의 탄소 배출국으로, 두 나라의 정책이 국제 온실가스 감축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같은 친환경 기술의 핵심 부품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여기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생산비가 오르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약 80%, 전기차 배터리의 70%가 중국에서 제조된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을 견제하기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이면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 속도가 둔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 간 협력이 약화될 경우 다른 국가들도 탄소 감축 목표를 완화하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천연가스 공급망도 무역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의 보복 관세를 매겼다. 천연가스는 석탄이나 석유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연료지만, 이번 무역전쟁으로 인해 소비가 줄고 대신 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과 석유 사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켈리 심즈 갤러거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학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주요 천연가스 수출국이지만, 이번 관세로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은 미국 대신 러시아 같은 다른 공급국에서 천연가스를 들여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석탄 산업 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철강 산업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7%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고탄소 산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미국 철강 산업을 다시 강하게 만들겠다"며 세금 감면과 보조금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기후 정책도 후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친환경 규제를 대거 철회했다. 자동차 연비 기준 완화, 전기차 보조금 축소, 화석연료 채굴 규제 해제 등이 포함됐다. 2017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던 전례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의 탄소 감축 목표를 아예 낮출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 내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영리 기후단체 기후 리얼리티 프로젝트(The Climate Reality Project)는 “재생에너지 산업이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인데, 이번 관세 정책이 친환경 에너지를 위축시키고 화석연료 산업을 다시 살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the Earth)도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같은 청정에너지 산업이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됐다"며 “탄소 감축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는 “관세가 높아지면 친환경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이 살아날 수밖에 없다"며 “기후 정책과 무역 정책을 따로 볼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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