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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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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관리 강화에 은행채 발행 주춤…꿈틀대는 대출 예의주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11 18:21

은행 채권 2월부터 순상환 전환
이달 11일까지 5조3301억 순상환

대출 성장 제약, 조달 수요 크지 않아
금리 인하로 부동산 자극 가능성

서울의 한 시중은행.

▲서울의 한 시중은행.

은행의 채권 발행이 주춤하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속에 조달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는 2조2410억원 규모가 순상환됐다. 지난 1월에는 1조6609억원이 순발행됐는데 지난달 순상환으로 바뀌었다. 이달에도 순상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은행채 순상환액은 4조7500억원이다. 올해만 5조3301억원이 순상환된 셈이다.


은행채는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장기 자금을 마련할 목적에서 발행된다. 은행채 순상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만기 등에 따른 상환 채권이 신규 발행 채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만큼 은행의 자금 조달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를 보면 1~3월 은행채 순상환(-10조4615억원) 기조가 이어지다가 지난해 4월(10조4996억원)부터 은행채 순발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가계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은행채는 25조2489억원이 순발행됐다.


올해 초 은행채 순상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3.8%) 이내로 관리하도록 했는데,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성장률은 1~2%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기업 등 기업들도 스스로 채권을 발행하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대출 성장에 제약이 있어 자금 수요 측면에서도 제한이 있다"며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하락하며 은행들이 CD 발행으로 눈을 돌린 영향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일 CD 91물 지표 금리는 2.840%로 나타났다. 같은 날 은행채(AAA) 3개월물 금리가 2.884%인데, 이보다 CD 금리가 소폭 더 낮다. 게다가 은행들의 수신 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잔액은 늘어나고 있어 은행들이 높은 조달 비용을 지불할 유인이 낮다.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약 2조3000억원이 줄었는데, 정기예금 잔액이 약 15조7000억원이나 늘었다. 정기예금 증가 폭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크다.




올해 1월부터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비율이 100%로 강화됐으나,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유동성에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CR은 은행이 보유한 고유동성 자산을 향후 30일간의 순현금 유출액으로 나눈 수치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LCR 규제 비율을 100%에서 85%로 내렸는데, 이후 점차적으로 상향해 올해부터 정상화시켰다.


단 가계대출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은행채 발행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6조7519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931억원 늘었다. 지난해 9월 한 달간 5조6029억원 늘어난 이후 상승 폭이 가장 크다. 기준금리 인하가 지속되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자금 조달 수요가 커지면 은행채 발행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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