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경기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구리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지만 구리는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맥스 레이턴 애널리스트 등은 “미국을 제외한 구리 현물 시장은 5~6월까지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의 광범위한 관세정책에 따른 가격 하락 요인들이 임시적으로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산 구리가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가 전날 발효된 만큼, 향후 구리에 대해서도 관세 조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구리에도 관세가 부과되길 원하고 있지만 미 상무부가 아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에도 관세를 매길 것으로 예상되자 미국 기업들이 관세 발동 이전에 물량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그 영향으로 구리 가격은 올들어 12% 가량 오르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씨티그룹은 향후 3개월에 걸쳐 구리 가격이 톤당 1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은행의 종전 전망치는 구리 가격이 2분기에 톤당 8500달러로 하락할 것이란 예측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가능성을 반영해 이를 뒤집은 것이다.
또다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광물전문매체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노트를 내고 미국 구리 재고가 현재 9만5000톤에서 3분기말까지 30~40만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세계 재고의 45~60%에 달하는 수준으로 미국의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선 구리 재고가 매우 낮을 것이란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또 지난 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구리 5월 선물 시세가 런던 거래소보다 톤당 800달러 더 높았다고 짚었다.
골드만삭스는 이어 “3분기에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평균 가격이 톤당 1만2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여기에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점도 구리 수요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양회에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3년 연속 '5% 안팎'으로 설정했고 올해 재정 적자율을 역대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로 확대했다.
이와 별도로 1조3000억위안(약 260조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고 핵심 인프라에 7350억 위안(약 14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올해 글로벌 구리 시장에 공급이 18만톤어치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씨티그룹은 구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발효돼 미국 구리수입이 감소하면 구리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구리 가격이 상승하자 구리와 관련한 상장지수펀드(ETF) 및 상장지수증권(ETN) 등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구리선물(H) ETF와 TIGER 구리실물 ETF는 올들어 각각 5%, 6%대 상승했다.
구리 가격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KB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 삼성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 등은 같은 기간 12% 가량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