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 뉴스룸
철강업계가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성·중국발 공급 과잉·수요 둔화 등의 복합적인 악재 속에서 생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보호 무역주의 확산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고망간강·하이렉스 공법·2차 전지 소재 사업 등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탄소 중립과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경영 기조가 강화됨에 따라 전통적인 철강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친환경·고부가가치 기술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철강 신소재 개발과 친환경 생산 방식 도입, 그리고 신사업 확장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광양 제철소 고망간강 생산 공정.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내세우는 첫 번째 승부수는 차세대 철강 소재인 '고망간강'이다. 고망간강은 기존 철강 제품 대비 강도와 내구성이 뛰어나며 극한 환경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장인화 회장은 철강 연구원을 지낸 바 있어 조선과 철강 양쪽 분야에 이해가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고망간강 연구와 사용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고망간강의 육상·선박용 저장 탱크에 실제 적용해 판매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트랙 레코드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광양 LNG 터미널 5호기 건설이 결정되었을 무렵인 2017년 포스코 부사장 재임 당시 기성 소재 대신 고망간강을 쓰도록 지시도 했다. 포스코의 소재를 활용해 포스코이앤씨가 건설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용하면 그룹 시너지가 높다는 판단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LNG 추진선의 LNG 연료 탱크에 적용할 수 있게 해 선박용 신수요도 이끌어냈다.
이순기 포스코 수석 연구원은 “장 회장은 2020년 포스코 사장 재임 당시 한화오션 경영진을 직접 만나 고망간강의 안전성을 적극 설명하며 적용을 위한 담판을 지었다"며 “이후 한화오션은 2022년 세계 최초로 고망간강을 사용한 LNG 연료 탱크를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탑재했고, 이어 컨테이너선에도 이를 적용했다"고 회고했다.
포스코는 고망간강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국제 해운업계가 친환경 선박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고망간강이 LNG 추진선·극저온 저장 시설의 핵심 소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린 수소를 활용한 하이렉스 수소환원제철 공정을 설명한 그림.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두 번째로 내세우는 기술 혁신은 '하이렉스 공법'이다. 하이렉스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제철 공법이다. 기존 고로 방식과 달리 철광석을 수소로 환원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철강업계에서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은 필수적인 혁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포스코는 하이렉스 공법을 앞세워 유럽 연합(EU)의 탄소 국경 조정 제도(CBAM)와 같은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친환경 철강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자 하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한편 장 회장은 새로운 먹거리로 2차 전지 소재 사업을 꼽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과 니켈의 공급망 안정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포스코홀딩스는 종합 소재 기업으로 도약해 2030년 리튬 42만3000톤, 니켈 24만톤, 양극재 100만톤, 음극재 37만톤 등 세부 생산 목표를 공개했고, 포스코HY클린메탈은 리튬·니켈·코발트 등 7만톤에 이르는 리사이클링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해외 염호 개발에 적극 투자하며 차별화된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호주 벌판과 남미 호수에서 리튬 채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포스코센터 입구. 사진=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그룹의 이러한 기술 혁신과 신사업 확장은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철강업계가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포스코의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당사는 그룹 차원에서 원료부터 소재·폐 배터리 리사이클링까지 배터리 소재 풀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있다"며 “탈중국 난이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흑연계 음극재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완성차, 배터리 기업들 대상 매출액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포스코그룹은 앞으로도 기술 혁신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장인화 회장 체제의 포스코그룹이 철강업계의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지, 그리고 신사업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