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규빈

kevinpark@ekn.kr

박규빈기자 기사모음




포스코, 철강 부산물로 길 닦고 기찻길 만든다…순환 경제 실현 앞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27 14:44

‘제강 슬래그’ 활용 도로, 일반 아스팔트 대비 수명 2.2배 길어져

사내 벤처 ‘이옴텍’과 복합 소재 ‘슬래스틱’ 개발…철도 침목 적용


포스코가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인 '슬래그'가 적용된 아스팔트를 도로상에 포장하는 모습.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인 '슬래그'가 적용된 아스팔트를 도로상에 포장하는 모습.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철강 생산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잉여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며 순환 경제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 등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만들어 순환 경제 사회 구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슬래그는 철광석에서 철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대표적인 제철 부산물로, 국내에서만 매년 약 2500만 톤 이상이 생겨난다. 이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약 50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환경 보호는 물론 천연 자원 절약을 위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는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슬래그를 단순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쓰기 위한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포스코는 슬래그를 건설 자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제강 공정에서 나오는 제강 슬래그는 천연 자갈·모래 등에 비해 강도가 높고 입자의 형태가 각져 있어 도로 포장용 골재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성토용 기초 골재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고내구성 포장이 필요한 도로에 직접 적용되기 시작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의 아스팔트 포장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고품질 포장을 위한 1등급 천연 골재는 점차 고갈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아스콘 제조사들과 협력해 제강 슬래그를 도로 포장용 골재로 본격 활용하기 시작했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 국도 3호선 5개 구간에 제강 슬래그를 적용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광양 제철소 내 도로에도 이를 사용했다. 제강 슬래그를 활용한 도로는 일반 아스팔트보다 최대 2.2배인 64개월까지 수명이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진 슬래그 입자들이 퍼즐처럼 맞물리며 구조적 강도를 높이는 '인터로킹 효과' 덕분이다.


또한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도로교통연구원·한국건설순환자원학회·현대제철과 함께 제강 슬래그의 안정적 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는 제강 슬래그의 품질 안정성과 공급 기반을 확보하고, 향후 신규 고속도로 건설·유지·보수에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인 '슬래그'와 폐 플라스틱을 결합한 복합 소재 '슬래스틱(Slastic)'을 철도 침목에 적용한

▲포스코가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산물인 '슬래그'와 폐 플라스틱을 결합한 복합 소재 '슬래스틱(Slastic)'을 철도 침목에 적용한 현장. 사진=포스코 제공

슬래그의 활용은 도로 건설에만 그치지 않는다. 포스코의 사내 벤처 기업 '이옴텍'은 슬래그와 폐 플라스틱을 결합한 복합 소재 '슬래스틱(Slastic)'을 개발해 철도 침목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옴텍은 2019년 포스코 사내 벤처 1기로 출범한 스타트업으로, 박영준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기존 침목에 사용되던 고가의 유리 섬유 일부를 슬래스틱으로 대체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했고, 사용된 침목 또한 100%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적 가치도 높다.


슬래스틱 침목은 잘 갈라지지 않고 내구성이 뛰어나 고하중 철도에 적합하다. 또 가공이 용이해 다양한 형태와 길이로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개발 초기에는 고온·고중량 조건의 제철소 테스트에서 실패를 겪었지만, 포스코의 기술 지원 아래 지속적인 개선 끝에 상용화에 성공했고 현재는 포항 제철소 철도 노선에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슬래그와 같은 철강 부산물을 재활용해 자원순환 사회 구현에 기여하고, 천연 자원의 사용을 줄이며 지속가능한 철강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