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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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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오픈소스 개방 경쟁…‘AI 헤게모니’ 춘추전국시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23 16:30

통신·플랫폼부터 게임업계까지 앞다퉈서

AI 기술 오픈소스 공개…생태계 확장 시도

한국어 능력 강조…글로벌 모델보다 우수

정부 ‘독자 AI 개발 프로젝트’ 일제히 참여

국내 시장 순위 판가름 예상…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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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을 오픈소스 형태로 개발자들에게 선보이는 모습을 챗GPT로 형상화한 이미지.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을 앞다퉈 공개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한국어 특화 성능과 독자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이용자 저변을 늘려 시장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정부의 '소버린 AI' 전략과도 궤를 같이 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을 오픈소스(개방형) 플랫폼에 잇따라 개방하고 있다.


오픈소스는 AI 모델의 소스코드(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설계도)를 공개해 누구나 무료로 사용·수정할 수 있어 자사 기술 보급 범위를 확장하는 데 유리하다. AI 모델 확산과 연계 서비스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한 전초전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최근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설계한 경량화 추론 모델 '하이퍼클로바X 시드 14B 씽크'를 글로벌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배포했다.




앞서 공개한 추론 모델 '하이퍼클로바X 씽크'를 안정적·비용효율적으로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도록 경량화했다. 상용화된 해외 오픈소스 모델을 개조한 것이 아닌, 원천 기술을 토대로 추론 능력과 경량화 기술을 결합했다는 설명이다.


통신사 중에선 SK텔레콤과 KT가 한국어 특화 LLM '에이닷 엑스 4.0'·'믿:음 2.0'을 각각 개방하며 경쟁에 나섰다. SKT는 처리 효율과 성능을, KT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자율성을 부각한 점이 눈길을 끈다.


SKT는 한국어 문장을 입력했을 때 GPT-4o보다 A.X 4.0이 약 33%가량 높은 토큰 효율을 기록한 것을, KT는 한국어 AI 역량 평가 지표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 오픈소스 모델을 능가한 것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카카오는 최근 자체 AI '카나나 1.5' 기반 언어모델 4종을,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엔씨AI는 '바르코 비전 2.0' 기반 AI 모델 시리즈 4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 중 카나나-1.5-8b-인스트럭트는 호랑이(Horang-i) 리더보드'에서 파라미터 80억개 이하의 모델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바르코 비전 2.0 14B'는 국내 멀티모달 모델 중 최초로 세계 최고 수준급(SOTA) 성능을 기록했다.


일부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LG AI연구원이 올해 오픈소스로 공개한 △엑사원 딥(추론 특화) △엑사원 패스 2.0(병리 이미지 분석) △엑사원 4.0(언어 생성·추론 통합)은 최근 미국 비영리 AI 연구기관 에포크 AI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선정됐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차세대 추론 AI 모델 '솔라 프로2'는 글로벌 AI 분석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지능 지표에서 58점을 받으며 전체 12위에 올랐다.


정보기술(IT)업계 한 관계자는 “오픈소스를 통해 이용자를 많이 확보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국내 AI 생태계도 함께 확장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며 “특히 한국어 처리 성능을 부각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인데,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가 개발한 AI 모델의 경우 아직 관련 능력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 참여 희망 사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사업은 정부가 약 2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산 AI 기초모형(K-AI 모델) 개발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모두의 AI' 전략과도 연계되는 만큼, 오픈소스 공개를 전제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프로젝트의 평가 기준은 △기술력 및 개발경험(40점) △개발 목표 및 전략·기술(30점) △파급효과 및 기여계획(30점) 등이다. 독자적인 AI 기술력과 실전 경험을 입증하는 게 선정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오픈소스 개방 및 서비스 내역, 이용자 규모 등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서류 적합성 검토 및 서면·발표 평가를 거쳐 8월 초 5개 정예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AI업계 관계자는 “각 사가 보유한 AI 기술의 순위가 사실상 공식적으로 가려지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까지 하는 만큼 시장 영향력을 판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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