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정상회담
“한미 동맹의 황금시대, 강하고 위대한 미래가 새로 시작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방명록에 적은 글 내용이다. 이날 정상회담은 시작 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진행 중인 것 같다"는 돌발 발언을 내놓면서 한때 긴장이 흘렀다. 정작 두 정상의 면담에선 우려했던 '깜짝 청구서'나 '매복 작전'은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날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오후 12시43분부터 54분간 공개 회의를 진행했고 이후 오후3시쯤까지 80여분간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이번 정상의 가장 큰 성과로 북미 정상간 대화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세계 지도자 중 전 세계 평화 문제에 (트럼프) 대통령님처럼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실제 성과를 낸 건 처음"이라며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과 북한판 트럼프월드 조성 등 구체적인 방안도 언급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은 일"이라며 추진 의사를 밝혔다. 기자들의 면담 추진 질문에 대해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조선업 등 제조업 중심 경제 협력 강화도 성과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조선 분야 뿐만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다. 그 과정에 대한민국이 함께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해 부흥시키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두 정상이 사전 분위기와 달리 친밀감을 형성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스마트하다"고 칭찬하고 사인용 수제 펜을 얻어가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정상은 또 한미일 협력 강화 및 트럼프 대통령의 올해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에도 합의했다. 다만 안보 분야나 관세협상에서의 불확실성을 확실히 해소하지 못한 것은 과제로 꼽힌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이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의 없이 끝났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감히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국익중심 실용 동맹'을 강조하면서 전시작전권 전환,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등 한미 동맹 현대화 의사를 확인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한미간 긴밀한 공조와 한미일 협력 강화·북한 도발 강력 대응 등의 원칙을 강조했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더이상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새벽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오랜 동맹의 역사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성공적인 회담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욕적 아부를 늘어 놓는 것을 국민들이 다 지켜봤다"면서 “기업들이 1500억달러를 추가로 갖다 바친 굴욕외교"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