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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여의도 스틸컷]전기차 타는 국회의원들①…김성환 “나부터 타야 정책 제대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07 10:32

초선때부터 친환경차 넥쏘 이용, 이후 EV6로 갈아타

장관 취임 후에도 EV9 타는 중 “내가 타봐야 친환경차 정책 제대로 만들어”

국민들 이용에 장벽·불편함 인정, 구매보조금 손질·내연차 전환 지원금 신설 추진

생산세액공제 도입 검토 등 산업 경쟁력 강화 구상

“승용차 넘어 버스·화물차까지…차종별 전동화 로드맵”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6월 2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기 위해 전기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6월 2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기 위해 전기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정치는 늘 언어로만 말하지 않는다. 때로는 한 장의 사진, 한 컷의 장면이 정치인의 의도와 계산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여의도 스틸컷은 사진이나 영상에 담긴 정치인의 표정·손짓·행동 같은 찰나의 장면을 영화처럼 다시 읽어내며, 그 이면에 숨은 권력의 언어와 상징을 해석하는 코너다. 이 코너는 장면을 보고 맥락을 읽는 해석의 재미,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권력의 본질을 독자와 함께 살펴본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한 장의 사진이 어떻게 정치의 언어가 되는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전기차 타는 국회의원들]은 미니시리즈로 전체 국회의원 중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친환경차 이용자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취지와 소감,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 등을 묻는다. 국회가 지난 6월 '탄소중립' 실천을 본격 선언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탄소를 대량 배출함에도 권위를 내세울 수 있는 '검은색 대형 세단'을 탄다. 극소수 친환경차 이용 사례를 소개함으로서 국회의 진정한 '친환경화'를 촉진할 수 있길 기대한다.


지난 6월 24일 인사 청문 준비 사무실인 여의도 이룸센터 앞. 전기차 특유의 낮은 주행음이 인도 앞에서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 새로 임명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검은 가방을 손에 든 채 발걸음을 내디뎠다. 첫 출근길을 장식한 이동수단은 기아의 전기차 EV6였다.


7일 에너지경제신문이 공직자윤리시스템(PET)에 공개된 22대 국회의원 300명의 차량 등록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전기차나 수소차를 직접 보유한 의원은 단 8명(2.7%)에 불과했다. 반대로 배기량 3000cc 이상 대형 승용차·SUV를 소유한 의원은 70여 명에 달했다. 최근 국회 차원에서 '녹색 비전'을 세우고 탄소 중립에 앞장서겠다고 다짐까지 했지만 5명 중 1명꼴로 여전히 '기름 먹는 하마'를 몰면서 그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전기차 동행'

하지만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기초단체장, 3선 의원을 거쳐 이재명 정부의 기후·환경 정책을 총괄하게 된 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가장 먼저 '친환경차'를 선택한 '얼리어답터' 정치인이었다. 동료 의원들이 권위와 부의 상징인 '검은색 대형 세단'을 고집하던 2019년, 국회에 사상 최초로 수소차 '넥쏘'를 타고 출근했다. 당시만 해도 전기·수소차를 타는 국회의원은 없었다. 그는 에너지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전기차를 먼저 타 보며 장단점을 직접 느껴야 정책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정치인으로서 자신이 어떤 삶을 보여줘야 하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한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아내가 국산 소형 전기차를 사용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덕분에 비교적 일찍부터 전기차의 장점을 체감했다.


김 장관은 이후 넥쏘에 이어 전기차인 EV6로 바꿔 수년을 탔다.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후에도 전기차를 선택했다. 약 한달 전부터는 환경부 업무용 차량인 EV9를 이용 중이다.


김 장관은 전기차의 장점을 먼저 '경제성'으로 꼽았다. 기름값 대비 충전요금이 훨씬 싸고, 세제 혜택이나 통행료·주차요금 인하 혜택도 쏠쏠하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숙성도 큰 장점이라는 게 김 장관의 평이다. 가끔 내연차를 타면 오히려 역체감을 느낄 정도다. 이에 동료 국회의원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기차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여전히 장벽과 불편함은 있다. 김 장관은 '초기 구매 비용'을 가장 큰 장벽으로 꼽았다. 그는 “아직은 동급 내연차보다 가격이 높고, 보조금도 줄어드는 추세라 소비자 부담이 적지 않아 줄여줄 필요가 있다"며 “환경부 차원에서 구매보조금 제도를 손질하고 첫 전기차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내연차 전환 지원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도입할 생각이다. 동시에 생산세액공제를 검토해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뜻밖에' 충전의 불편함, 주행거리 등에 대해선 “많이 편해졌다"는 평을 내놨다. 그는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는 완충 시 주행거리가 500km대까지 올라왔다. 우리나라에서는 큰 불편은 없다"면서 “당일치기 왕복 일정 때는 초급속 충전소가 필수이긴 한데 요즘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충전소가 많아져서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 충분히 충전이 가능해 큰 불편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전기차 보급 속도를 감안하여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주요 국도에도 초급속 충전 인프라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 지게차 생산과정 둘러보는 김성환 장관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8일 인천 동구 두산밥캣코리아 생산공장을 방문해 전기 지게차 생산과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장관은 특히 이같은 전기차를 직접 몰아온 경험이 단순한 개인적 선택을 넘어 정책적 자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상 위에서만 논의하면 국민이 실제로 겪는 불편을 알기 어렵다. 충전 인프라의 위치, 사용 중 겪는 작은 불편까지 몸소 체감했다"면서 “이런 경험이 현실적인 에너지 정책과 탄소중립 법안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버스·화물차 같은 상용차 전동화에 대해선 산업 생태계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장관은 “외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면서 “차종별 전동화 로드맵을 다시 점검하고, 성능과 안전성을 갖춘 국산 모델이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보조금 방식 차등화와 안전성을 갖춘 국내산 차량이 시장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세제 혜택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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