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시중은행.
정부가 가계대출을 더 옥죄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은행권의 대출 가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들은 총량 규제에 맞춰 가계대출을 관리하고 있는데 한도에 근접한 상황이다. 앞으로 대출 취급이 더 어려워질 경우 은행의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6일부터 수도권·규제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주택가격(시가) 기준 15억~25억원이면 4억원, 25억원 초과면 2억원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15일 발표했다. 지난 6·27 부동산 대책에서 수도권·규제 지역의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는데, 집값에 따라 이를 더 줄인 것이다.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 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전세대출의 이자상환분을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하도록 했다. DSR은 차주의 상환능력 대비 원리금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전세대출이 DSR에 포함되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총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사실상 은행이 내줄 수 있는 대출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기존의 총량 관리에 따라 가계대출을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6·27 대책에 따라 총량 관리 목표치를 기존 대비 50%로 줄였고, 월별·분기별 등 세부적인 관리를 통해 가계대출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10·15 대책으로 은행의 가계대출 여력이 더 줄기는 하겠으나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총량관리를 통해 가계대출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으며 총량 목표치를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을 찾은 시민이 창구에서 상담 받는 모습.
일부 은행은 이미 연간 목표치를 초과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중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목표치를 넘어섰다. 신한은행은 올해 증가액 목표를 1조6375억원으로 잡았지만 지난달 말 기준 1조9668억원 늘었고, 농협은행은 증가 목표치(2조1200억원)를 초과한 2조3202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8651억원, 국민은행은 1조7111억원 각각 증가하며 이미 목표치의 95%, 85% 수준에 이르렀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매월 원리금이 상환되는 만큼 자연 감소분을 감안하고 총량 목표치를 맞춘다는 계획이다.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대출에는 제한을 건 상태다. 다른 은행들도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연말로 갈수록 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며 “올해는 대출 규제 때문에 은행들이 더욱 보수적으로 대출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주담대를 받는 경우는 2~3개월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실행분이 많다"며 “올해 강력한 대출 규제가 나오면서, 내년도 대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은행들의 대출 축소가 불가피해지며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줄어들면 은행의 수익성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면서도 “지금은 수익성보다 대출 총량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문재인 정부 때도 강력한 대책이 나왔으나 은행의 수익성 타격은 제한적이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