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성준

mediapark@ekn.kr

박성준기자 기사모음




日 엔화 환율 하락세 지속…“엔캐리 청산은 시한폭탄” [머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2.12 15:08

엔/달러 환율 4거래일 연속 하락…153엔대
日 외환당국 구두개입 지속
헤지펀드도 엔화 강세 베팅으로 급선회
“대규모 엔캐리 청산 온다…엔화 매수해야”

JAPAN-YEN/

▲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연일 하락세(엔화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인기 전략인 '엔캐리 트레이드'가 대규모 청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과거 2024년 '8·5 블랙먼데이' 사태를 촉발한 핵심 뇌관으로 지목된 바 있다.


12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3시 6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3.09엔을 기록, 지난달 3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장중에는 한때 152.27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엔화 환율은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크게 승리한 이후 157.74엔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하락 전환해 올해 연 저점(152.09엔)을 위협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집권 자민당의 선거 압승이 엔화 약세를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엔저를 용인하는 다카이치 총리의 확장적 재정 기조로 인해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 인상을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일본 총선을 앞두고 엔화 숏(매도) 포지션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엔화는 선거 이후 오히려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카이치 정권이 적극 재정을 펴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오히려 일본은행의 금리 조기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한 영향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했다.


일본 금융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 역시 엔화 강세 요인으로 거론된다. 일본 환율 정책을 담당하는 미무라 아츠시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경계심을 전혀 낮추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높은 긴장감을 갖고 시장 동향을 주시하는 동시에 시장과의 대화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당국과도 긴밀히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무라 재무관은 지난 9일에도 외환시장 동향과 관련해 “높은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고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 역시 지난 8일 “외환시장에 단호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렇듯 엔화 환율이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자 헤지펀드들도 엔화 강세에 대한 베팅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기준, 규모가 1억달러 이상인 엔/달러 환율 풋옵션 거래량은 콜옵션 거래량보다 약 50% 많았다. 풋옵션은 엔/달러 환율이 하락할수록 수익이 커지는 구조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앤토니 포스터 주요 10개국(G10) 현물환 트레이딩 총괄은 “헤지펀드들의 심리가 바뀌었고, 엔/달러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수요가 더 많이 포착되고 있다"며 “달러뿐 아니라 호주 달러, 스위스 프랑 등 다른 통화 대비 엔화를 매수하려는 수요도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JAPAN-YEN/MIMURA

▲미무라 아츠시 재무성 재무관(사진=로이터/연합)

이런 가운데 BCA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엔캐리 트레이드가 대규모 청산에 취약한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라고 경고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차입하거나 매도해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될 때 투자 매력도가 커진다. 그러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환손실을 피하기 위해 자금이 본국으로 환수될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로 2024년 7월 일본은행의 '깜짝 긴축'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동시에 겹치자 엔/달러 환율은 당시 152엔대에서 141엔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엔화 매수가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이어지며 8·5 블랙먼데이 사태가 발생했고, 이때 한국 코스피지수는 8.77% 급락했다.


그러나 BCA 리서치는 과거 2008년, 2015년, 2020년에 나타났던 것과 유사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당시 글로벌 위험 선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대규모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발생했고, 투자자들은 일제히 엔화를 사들이며 엔화가 급등했다.


보고서는 “투자 자산의 가치 급락과 엔화 강세가 맞물리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어느 쪽이 먼저 발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요인이 서로를 강화하며 엔캐리 트레이드가 대규모로 청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장기 투자자들에게 달러 대비 엔화 매수 포지션을 취할 것을 권고했다.


BCA 리서치는 아울러 엔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여러 지표를 종합할 때 최근 수년간 크게 확산됐고, 그 규모 역시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