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한국 코스피 지수가 한 달여 만에 5000선에서 6000선을 돌파하면서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코스피 상단을 8000선까지 제시하며 낙관론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이와 상반된 경고도 동시에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코스피 거품론'이 현실화할지 여부에도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00% 하락한 6244.1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25일 사상 처음으로 '육천피'(코스피 6000)를 달성한 데 이어 다음 날인 26일에는 6300선마저 넘어섰지만, 하루 만에 다시 6200대로 내려왔다.
그럼에도 코스피는 지난해 초 2400대에서 현재까지 약 160% 급등,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독보적인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작년 초부터 지난 25일까지 한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은 2조2300억달러(약 3216조원) 늘어난 3조7600억달러(약 5423조원)로 집계됐다. 이로써 한국 증시는 프랑스(3조6900억달러)를 제치고 세계 9위 규모로 올라섰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전날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연말 목표치를 평균 6500으로 상향했으며, 강세장 시나리오로는 7500을 제시했다. 앞서 노무라는 8000선을, JP모건은 7500선을 각각 언급한 바 있다.
그간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던 요인들이 추가 상승에도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데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맥쿼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34만원, 17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 정책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도 여전하다. 노무라의 신디 박 연구원은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코스닥 시장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경우 코스피 8000선 돌파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올해 들어 뉴욕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거론된다. 뉴욕 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약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KCM 트레이드의 팀 워터러 애널리스트는 “2026년에는 아시아 증시가 특히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이는 미국과 대비되는 흐름"이라며 “글로벌 자본이 계속해서 이 지역의 기술주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가마 자산운용의 라지브 데 멜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아시아에 대한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왔다"며 “미국 자산에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자국 증시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블룸버그는 “서학개미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는 흐름이 지속될 경우 다음 상승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 6000포인트 돌파 기념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코스피가 급격히 오르면서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부담이 커진 데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반도체주로 쏠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 경제 규모가 프랑스보다 훨씬 작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 시총이 프랑스를 넘어선 만큼, 일각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피보나치 자산운용의 윤정인 최고경영자(CEO)는 “코스피가 6000대로 올라선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은 점진적일 가능성이 크고, 향후 추세의 지속성은 실적이 뒷받침되는지 그리고 반도체 대형주를 넘어 확산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조정 혹은 다른 섹터로의 순환이 나타나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윌슨 자산운용의 매튜 하우프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코스피 선물을 매수하려 했으나, 최근 한 달간 급등 폭을 감안하면 신규 롱(매수) 포지션을 잡기엔 쉽지 않은 판단"고 했다.
▲주요 지수별 올해 상승률 추이(사진=블룸버그)
코스피가 거품의 영역에 진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JP모건 수석전략가로 활동했던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한국 증시에 대한 거품론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20일 “M7(매그니피센트7)이 코스피 기업에 투자액을 보내고 미국 투자자들도 M7에서 아시아로 자본을 옮기고 있는 와중에 엔비디아, 샌디스크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삼성전자, TSMC, 키옥시아 등을 통해 아시아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마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A가 (미국이 아닌) 아시아를 의미하는 듯하다"고 적었다.
콜라노비치는 또 지난 21일 SK하이닉스 레버리지 투자 광고 게시물에 “1원으로 SK하이닉스 주식을 10원어치 사는 구조에서 출발한다. 개미들이 몰려 주가를 50% 끌어올리면 6원이 생기고 그걸로 다시 60원을 레버리지로 사게 된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주가를 더 밀어올리는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도에 나선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태에서 주가가 10%만 빠져도 전부 날리고 강제로 전량 매도해야 한다"며 “이는 코스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콜라노비치는 코스피가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했던 지난 25일에도 “과거 코스피가 1000에서 2000으로 가는 데만 40년이 걸렸다"며 “불과 몇 달 만에 4000포인트가 오른 것은 역사적 평균 수익률로 보면 100년 이상의 상승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메모리 공급난이 정상화되면 지금 가격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은 평생 이 수준을 다시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엔 코스피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26일) 4% 가까이 급등한 코스피가 '블로오프 탑'일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엔비디아 주가가 실적발표 후 하락했음에도 코스피가 상승한 점에 대해 지적했다. 블로오프 탑은 주가가 과열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치솟은 뒤 급격히 꺾이는 현상을 뜻한다.
콜라노비치는 “해외 기관들은 매도하는 반면 개미들은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코스피가 오늘 밤(한국시간 기준 27일)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코스피는 1% 하락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순매도액은 7조1037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5일 기록한 직전 사상 최대치(5조110억원)를 한 달도 안 돼 경신한 것이다.
콜라노비치는 월가에서 대표적인 증시 비관론자로 꼽혀온 인물로, 과거 정확한 시장 예측으로 언론 매체들로부터 '간달프'(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현명한 마법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공포로 시장이 무너지던 시기 증시 반등을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시장 흐름과 엇갈린 전망을 이어다가 결국 2024년 7월 JP모건에서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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