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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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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버텼지만”...3월 물가 흔들 변수는 ‘국제유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3.06 11:42

2월 소비자물가 2.0%, 6개월 연속 2%대
농산물·석유류 가격 안정에 상승 압력 제한

설 연휴 영향 여행·숙박 등 개인서비스 가격↑
중동 긴장에 유가 변수 확대...“3월 불확실성 커져”

1년 전보다 오른 계란값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 판매대 모습.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과 같은 2.0%를 기록하며 6개월째 2%대 흐름을 이어갔다.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둔화되고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은 제한됐지만, 설 연휴 영향으로 여행·숙박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크게 오르며 체감 물가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향후 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6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8.40(2020년=100)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2.0% 상승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2.4%를 기록한 이후 12월 2.3%, 올해 1월 2.0%로 둔화된 뒤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품목별로 보면 공업제품 가격은 1년 전보다 1.2% 올라 전월(1.7%)보다 상승 폭이 축소됐다. 가공식품 역시 2.1% 상승하며 전달(2.8%)보다 오름세가 둔화됐다. 이는 2024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설 연휴 기간 할인 행사와 전년도 기저효과가 반영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소비자물가추이. 자료=국가데이터처, 연합뉴스

▲소비자물가추이. 자료=국가데이터처, 연합뉴스

실제 일부 품목은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홍삼과 부침가루, 당면, 물엿 등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데이터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민생물가 관련 조사도 가공식품 가격 상승세를 누그러뜨린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설탕 가격 상승률은 0.4%로 낮아졌고 밀가루 가격은 전년 대비 하락세로 전환됐다.



◇ 농산물 내리고 축산물 뛰고…엇갈린 먹거리 물가

농축수산물 가격은 1.7% 올라 전달보다 상승 폭이 축소됐다. 농산물 가격이 전년 대비 1.4% 하락한 영향이 컸다. 특히 채소 가격이 크게 내려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귤, 배추, 무, 당근, 양배추 등 주요 채소 및 과일류는 두 자릿수 하락률을 나타냈다. 다만 쌀 가격은 17%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축산물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가 확대됐다. 돼지고기와 국산 쇠고기, 달걀 가격이 오르며 전체 축산물 가격 상승률은 6.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등어와 조기 등 일부 수산물도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비스 물가는 2.6% 상승했다. 특히 개인서비스 가격이 3.5% 올라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 개인서비스 중 외식을 제외한 항목이 전체 물가 상승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설 연휴로 여행 수요가 늘면서 관광 관련 비용이 크게 오른 것이 특징이다. 승용차 임차료는 37% 넘게 뛰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해외단체여행비와 국내단체여행비, 호텔 숙박료 역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설 연휴로 공휴일이 늘면서 여행과 숙박 관련 서비스 가격이 크게 올라 개인서비스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 조사 영향에 대해 “가공식품 가격 상승세 둔화 요인 중 하나로 판단된다"며 “이달 일부 제빵업체가 출고가 인하를 발표한 만큼 관련 물가 상승 압력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중동 변수에 유가 '물가 변수' 부상

기름값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반면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보다 2.4% 하락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일부 낮추는 역할을 했다. 휘발유와 경유, 자동차용 LPG 가격이 모두 하락한 영향이다. 다만 최근 중동 정세 악화 이후 나타난 국제유가 상승은 이번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 심의관은 “지난달 말 이후 며칠 사이 휘발유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며 “이 영향은 3월 물가지표에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향후 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국제유가를 지목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3월에는 중동 상황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비용 측면의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농축산물 가격 상승세 둔화와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부총재보는 “앞으로 물가 흐름은 중동 상황 전개와 국제유가 움직임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는 국제유가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바깥 걸프해역(페르시아만)에 정박 중이던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5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0달러선을 넘어섰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런 긴장이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올해 4분기 배럴당 108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석유류 가격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유업계의 가격 담합 가능성을 언급하며 “담합 가격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라고 경고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정부 합동 점검반이 주유소를 방문해 과도한 가격 인상 여부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담합 의심 정황이 확인될 경우 즉각 현장조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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