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 내시경] 주민소환제 완화, 신중해야 하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3.12 11:00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주민소환제란 선출직 지방 공직자를 임기 중에도 끌어 내릴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 법에 따르면, 선출직 지방 공직자를 소환하려면,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는 주민소환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10% 이상, 시장·군수·구청장은 15% 이상, 시·도의회 의원은 20% 이상의 서명을 받아 소환투표를 실시한 뒤, 유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인식이 있으니까 국회의원들은 주민소환제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그 이유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국회의원들 '자신들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민소환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주민소환제는 선출직 지방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반면,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데, 우리나라에는 국민소환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소환제를 실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발의로 소환할 수 있겠지만,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에는 서명 발의의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에 대한 소환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회의원들이 노출하는 문제가, 지방의 선출직 공직자들보다 덜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주민소환제 적용 요건의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두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은 대의민주주의의 원리와 관련돼 있다. 대의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세 가지 기둥은 책임성, 책임 귀속성, 그리고 대응성이다. 이 가운데 대응성이란 특정 지역의 사정을 체감하고 반응하는 정도를 의미하기 때문에, 소환제와의 직접적 연관성은 크지 않다. 핵심은 책임성과 책임 귀속성이다. 책임성이란 선출직 공직자가 자신의 임기 동안 책임을 지고 정치적 행위, 즉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즉 자신이 책임을 지되, 옳다고 판단하는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책임성의 핵심이다. 책임 귀속성이란, 임기 동안 공직자가 책임을 지고 정책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주민소환제를 실시하게 되면 이 두 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즉 당위론적으로는 타당한 정책을 추진한 선출직 공직자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 주민소환을 당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시장이 자신의 지역에 화장장을 유치하려다 주민소환을 당할 뻔한 사례가 있었다. 화장장 건설은 공익적 차원에서 분명히 필요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주민소환 위기에까지 몰렸던 것이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책임성이 훼손될 경우 공직자가 주민들이 당장 원하는 것만 하는, 이른바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님비(NIMBY)에 충실한 공직자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점이 있기에 주민소환제든 국민소환제든, 임기 내에 선출직 공직자를 끌어내리는 문제는 신중히 다뤄야 한다. 물론 선출직 공직자 중에는 파렴치범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기존 법률에 따라 직무를 정지시키면 된다. 오히려 현행법을 개정해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면 보수 지급을 정지시키는 방향으로 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정서상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기를 바라지만, 기다릴 줄 아는 태도가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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