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는 15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연다. 이미 1800건이 넘는 자료 요구가 쏟아지면서 검증 강도는 예사롭지 않다. 가족의 국적 관련 문제와 신 후보자의 해외 자산 비중 등도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당연한 절차다. 다만 지금의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청문회가 본질을 벗어난 '신상 공방'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의 연속성과 시장 신뢰가 중요한 시점일수록, 검증의 초점 역시 정책 역량과 판단 능력에 맞춰져야 한다.
대외 환경은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되는 흐름이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물가와 성장 전망이 함께 흔들리는 취약한 경제 기반 역시 재확인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장마저 전쟁 여파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성장 둔화를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로, 상황은 기존 경기 사이클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위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국면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신 후보자의 개인사가 아닌 통화정책을 운용할 실질적 역량이다.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낸 거시경제·국제금융 분야의 학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전에 경고한 이력도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네트워크와 글로벌 자금 흐름에 대한 이해 역시 강점으로 거론된다. 관건은 이러한 경력이 실제 정책 판단과 위기 대응 능력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향후 통화정책 환경은 쉽게 방향을 정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다. 전쟁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지만,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 둔화와 금융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가계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금리 변화는 소비 위축과 금융 안정 문제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금리를 낮추면 성장 방어에는 도움이 되지만 물가와 환율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커질 경우 외환시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어느 선택도 비용을 수반하는 구조다.
이럴수록 중앙은행 수장의 '메시지 관리'는 정책 수단만큼 중요해진다. 시장은 정책 방향뿐 아니라 발언의 뉘앙스, 타이밍, 맥락까지 읽어내며 선제적으로 반응한다.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등 외환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신 후보자가 환율 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취지로 한 발언은 잘못된 신호로 읽힐 가능성을 키운다. 달러 유동성이 과거보다 양호하다는 인식 역시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전달 방식에 따라 시장에는 경계심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특히 외환시장은 기대와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어서 표현 하나가 방향성을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
통화당국 수장의 한마디가 금리 경로, 환율 전망, 자금 흐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만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정교함은 피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의미다. 향후에는 메시지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보다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임 이창용 총재가 구조개혁 의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중앙은행의 역할을 확장해온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구조개혁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높이고 금리 정책의 부담을 분산시키는 핵심 장치다. 노동·산업 구조 개선과 생산성 제고 없이는 금리 정책만으로 물가와 성장을 동시에 관리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중앙은행이 직접 정책을 집행하지 않더라도, 중장기 리스크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은 중요하다.
이번 신 후보자 청문회가 가려야 할 것은 명확하다. 물가와 성장, 환율 변수가 얽힌 여건에서 균형 잡힌 통화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시장과 신뢰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다. 검증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상 논란에 매몰될 여유는 지금 우리 경제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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