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2년 만에 실적 괴리 반복…M&A로 돌파구 찾나
인수대금 700억 뒤에 숨은 부채…태국 소송 리스크 '미확정'
주가 고점 대비 40% 급락…시장은 이미 답했다
▲사진=제미나이
유상증자는 주주에게 강제된 선택이다. 참여하면 돈이 묶이고, 외면하면 지분은 희석된다. 본지는 그 선택 앞에 선 투자자를 위해, 기업이 내세우는 논리보다 숫자가 말하는 현실을 먼저 짚는다. [편집자주]
자율주행 로봇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 클로봇이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 인수를 위한 대규모 실탄 마련에 나섰다. 상장 후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다. 매년 실적 전망치와 실제 성과 사이의 괴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던진 승부수인 만큼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회사가 제출한 자금수지계획표에는 DLS 인수와 관련된 구체적인 현금흐름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소송 관련 충당부채 등 가격 조정 항목이 확정되지 않아 산정이 어렵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번 자금 조달이 물류 자동화 플랫폼으로의 '퀀텀 점프'가 될지, 재무 체력을 소진하는 위험한 '도박'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달 자금 81%가 M&A용… 시장 반응은 '냉담'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클로봇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549만 4500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3만 6400원이며, 증자 비율은 22%다. 납입일은 오는 7월 24일로 예정됐다.
조달 자금의 81%에 달하는 1623억원은 DLS 인수·후속 투자에 투입된다. 세부적으로는 지분 인수대금 700억원, 유관 사업 투자·신규 채용 458억원, 해외 법인 설립 465억원 등이다. 기존 사업 운영자금으로는 376억원만 배정됐다. 사실상 M&A를 위한 증자인 셈이다.
클로봇의 유상증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차갑다. 통상 호재성 증자는 주가가 방어되거나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지만, 클로봇은 정반대다. 유사한 시기에 증자를 결정한 티엘비(TLB)의 최근 3개월간 주가가 40% 가까이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클로봇은 지난 1월 장중 8만 23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증자 공시 이후 급락해 이달 초 연중 최저가인 4만 100원까지 내려앉았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빠졌다는 것은 시장이 이번 유증을 호재가 아닌 악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말했다.
실적 부진도 발목을 잡는다. 2024년 상장 첫해 매출 추정치 대비 괴리율 12%를 기록했던 클로봇은 2025년 들어 그 격차가 37%까지 벌어졌다. 수익성 역시 매년 수백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가 고착화된 상태다. 자체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M&A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에 대해 클로봇 측은 실적 괴리와 M&A 추진 배경을 분리해 해명했다. 클로봇 관계자는 “실적 변동은 거시 환경 변화와 수요 변동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이번 M&A는 단기 실적 보완이 아닌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와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700억원 뒤에 숨은 부채 리스크… 금감원도 '정정' 요구
DLS 인수를 통한 외형 확장의 이면에는 작지 않은 리스크가 숨어 있다. 인수 가격 700억원은 과거 태국 공사 관련 부채 등을 제외한 기준 금액이다. 향후 소송과 중재 결과에 따라 DLS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 규모는 여전히 미확정 상태다.
자금수지계획표에 인수 관련 현금흐름이 반영되지 않은 점도 우려를 키운다. 소송 충당부채와 정산 방식 협의가 끝나지 않아 합리적 산출이 어렵다는 것이 회사 측 인정이다. 최악의 경우 인수가 무산되어 유상증자 자체가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클로봇 측은 공시를 통해 “인수자금 확보에 실패하거나 혹은 주식매매계약 당사자들의 영업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주식양수 의사 철회 등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주식의 취득이 무산 될 수 있다"며 “주식의 취득이 무산될 경우 타법인증권취득자금 목적으로 사용예정인 금액만큼 금번 유상증자의 모집총액이 감액되거나 최악의 경우 금번 유상증자가 철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클로봇의 증권신고서에 대해 '타법인 인수 관련 위험' 등의 보완을 요구하며 정정 명령을 내렸다. M&A 리스크가 충분히 고지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소액주주들 역시 주주행동 플랫폼 'ACT(액트)'를 통해 단체 민원을 제기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클로봇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대해 “공시와 정기 IR 활동을 중심으로 소통을 이어가겠다"며“이번 인수를 통해 다시 한번 퀀텀 점프를 실현할 계획인 만큼 긍정적으로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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