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과징금 제재 결론 도출이 두 달 넘게 표류 중이다. 금융당국이 과징금에 대해 추가 감경을 두고 고심 중인 가운데 정무적 판단 영역과 소송 패소 부담까지 작용하면서 결론이 미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1일과 15일 두 번의 정례회의에서 홍콩 ELS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달 내 남은 회의는 오는 29일 한 차례 뿐이기에 안건이 상정되더라도 이달 중 최종 결론이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감이 실린다.
당초 금융감독원에서 산정한 과징금은 4조원 규모였지만 1차 제재심을 거치며 2조원으로 감경됐다. 이후 지난 2월 이를 1조4000억원 수준으로 낮춘 뒤 제재안을 금융위에 보낸 상태다.
금융위는 과징금의 추가 감경 폭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사후적인 피해 회복 노력이 인정될 경우 과징금의 50% 이내에서 감액이 가능하다. 사전 예방 노력까지 충족하면 최대 75%까지 감면할 수 있다.
그러나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대표적인 대규모 불완전판매 사고라는 상징성에 감경 폭이 클 경우 '솜방망이 제재'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고위험 상품을 원금 보장형처럼 오인하게 하고, 최악의 시나리오 설명 누락 및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 미제시 등을 근거로 들어 은행권에 무관용원칙을 적용하고 강도 높은 제재를 확정했다.
과징금을 대규모 수준으로 확정하기엔 이후 은행권이 과징금의 7배를 위험가중자산(RWA) 운영리스크에 반영하게 된다는 점에서 난감하다. RWA 증가는 자본건전성비율을 떨어뜨려 대출과 투자 여력을 줄이기에 최근 강력하게 추진 중인 생산적금융 확대에 차질을 줄 수 있다. 당국은 앞서 이를 인지하고 있다며 과징금이 생산적금융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제재를 두고 당국간 이견차 및 법리 리스크와 당국 신뢰도 영향 등 각종 정무적 사안이 얽혀 복잡성을 높이고 있다. 금감원의 제재 결정 당시에도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렸던데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쟁점을 두고 여러 시각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감원과의 시각차가 벌어지는 지점도 암초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제재심에서 제시한 제재 논리상 '20년치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를 왜곡했다는 점을 중과실로 판단했다. 그러나 올해 초 은행권이 ELS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선고받은 판결에 따르면 법원은 운용자산설명서에 20년이 아닌 10년간 기초자산 가격변동추이만 기재됐다거나, 20년간 수익률모의실험 결과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투자자가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다면 자기 책임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상 시각과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판매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금감원의 시각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해당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금융위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금감원 원안대로 확정 시 행정소송에 나선 은행권의 승소로 이어질 경우 당국 신뢰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앞서 당국은 두나무가 제기한 징계 취소 소송과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관련 제재 불복 소송에서도 잇단 패소를 겪었다.
자율배상에 대한 입장도 상이하다. 금감원은 이미 제재심 과정을 거치며 은행권의 사후 합의 등 보상 노력을 감안해 과징금을 경감해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은행권에게 과도한 과징금을 매길 경우 이중 제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 속에서 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여력이 감소할 수 있어 정책적 차원도 고려해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지난해 경영실적에서 ELS 과징금 명목으로 사전 통지 금액 중 일부만 충당금으로 쌓은 상태"라며 “통지 금액보다 크게 낮은 충당금을 쌓은 배경엔 과징금 경감이나 소송을 통한 승소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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