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온라인 유통 채널인 ' Nascent' 홈페이지 캡처. 상단에 한국 브랜드 제품을 대상으로 '2+1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한국 패션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현지에서 K-POP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강하게 부는 가운데 식품·의류 등 한국산 소비재 수요 확대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다. 패션 관련 현지 유통망도 격변하고 있는 시점이라 우리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업계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 등에 따르면 러시아 패션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조9400억루블(약 72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전년과 비교해 6%가량 성장한 수치다.
시장이 커지는 동시에 분위기도 급변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브랜드 일부가 철수하며 빈자리를 현지 브랜드가 메운 것이다. 저렴한 중국산이 밀려 들어오며 보급형 라인업이 확장된다는 특징도 있다.
특히 해외 제품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러시아 전자상거래기업협회(AKIT) 자료를 보면 지난해 현지에서 해외 직구를 통해 신발·의류를 구매한 금액은 676억루블(약 1조2400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37% 급등한 수준이다.
한국 기업들이 이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러시아에서 수년 전부터 '한류 열풍'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K-POP 가수 공연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되거나 대도시에서 굿즈 전문매장이 연이어 생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6년간 러시아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는 총 21편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한 해 동안만 23편이 현지 관객들을 맞이했다.
패션 기업들 입장에서도 '한류 수혜'를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러시아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LF다. 대표 브랜드 헤지스를 앞세워 일찍부터 2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고 프리미엄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헤지스는 러시아에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러시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잇세컨즈, 빈폴, 준지 등),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스포츠), 무신사 등은 외형 성장을 위해 해외 매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아직까지는 중국·일본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러시아 진출 가능성도 꾸준히 타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국가에 진출할 때 법인 설립 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지, 현지 유통사와 합작사를 세울지 등 다양한 방법을 저울질한다"며 “러시아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지 패션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해외 직구가 늘고 있고 유니클로, 아디다스, 나이키 등 제품은 병행수입(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가 해외에서 정품을 합법적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 공식 수입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AS 등 제약이 있다)으로 유입되는 만큼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들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현재 러시아 온라인 패션 유통은 대형 종합 플랫폼이 주를 이루고 있다. 패션 분야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플랫폼은 프리미엄 수요를 담당하며 이제 막 사업 규모를 키워가는 단계다. 이런 가운데 한국·일본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사이트가 생기는 등 우리 기업들의 공략처도 점점 생겨나는 추세다.
코트라 모스크바무역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패션 제품의 유통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대형 마켓플레이스뿐 아니라 텔레그램 채널과 온라인 쇼룸, 소규모 셀렉트숍을 통해서도 판매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높은 한류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은 팬덤 소비를 넘어 일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 브랜드를 하나의 범주로 소개하기보다 가격대와 스타일, 브랜드 성격에 따라 구분해 소개할 필요가 있다"며 “종합 마켓플레이스로 판매 접점을 넓히는 동시에 한국 패션 전문몰과 SNS 기반 쇼룸을 활용해 브랜드의 디자인과 배경을 전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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