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2지구 주민들이 직접 구축해 지난 30일 공개한 '서리풀2지구 아카이브' 메인 화면. 주민들의 삶과 자연·문화, 민원·청원, 언론보도 등을 한곳에 담았다. 사진=서리풀2지구 아카이브 화면 캡처
서울 서초구 서리풀2 공공주택지구 주민들이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우면동 성당과 송동마을·식유촌의 삶과 역사를 기록한 온라인 아카이브를 직접 구축했다. 주민들은 보상 확대가 아닌 성당과 마을의 존치를 요구하며, 해당 구간을 지구에서 제외하거나 기존 마을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개발계획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1일 서울서리풀2지구 주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주민들은 지난 30일 '서리풀2지구 아카이브'를 공개했다. 아카이브에는 마을의 일상과 자연·생태, 역사·문화 자료를 비롯해 공공주택지구 지정 이후 주민들이 제기한 민원과 청원, 공동행동, 언론 보도 등이 담겼다.
서리풀마을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주민들이 역사와 문화, 생태 문제를 산발적으로 이야기해왔지만 이를 한곳에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주민들에게 사진과 영상, 기존 자료를 받아 아카이브 형태로 집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기관이나 행정기관이 아니라 주민들이 비용을 마련해 직접 만든 홈페이지"라며 “앞으로도 정부와 관계기관의 회신, 소송 진행 상황과 주민 활동 자료를 계속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76호 중 73호 존치 동의…“보상이 아니라 삶의 터전 지켜달라"
대책위에 따르면 송동마을과 식유촌 전체 76호 가운데 73호가 존치 동의서를 제출했다. 동의서는 실제 거주 여부뿐 아니라 해당 주택의 소유자를 확인해 받은 것으로, 공동소유 주택은 소유자 전원의 서명을 받았지만 한 가구로 집계했다. 우면동 성당은 76호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책위는 가톨릭 서울대교구 내 인근 성당 신자들과 주민 등 9519명도 성당과 마을의 존치를 요구하는 서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해당 서명은 지난해 약 두 달 동안 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주민들은 개발계획 발표 이후 청원과 민원, 침묵시위, 기자간담회, 존치 신청서 제출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이달에는 국토교통부의 공공주택지구 지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다만 주민 측은 이번 갈등이 토지 보상액을 둘러싼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서리풀1지구 주민들과는 요구가 다르다"며 “우리는 보상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라 보상 자체가 필요 없으니 지금 살고 있는 마을과 성당을 그대로 남겨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소유권을 갖고 직접 집을 지어 오랫동안 살아온 곳"이라며 “정부 정책에 따라 형성된 공동체를 주민들과 제대로 대화하지 않고 다시 허무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에게 아카이브에서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기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주민들의 삶"이라고 답했다.
“사업면적 1.88%…양 끝 마을 존치해도 개발 가능"
주민들이 요구하는 핵심은 성당과 마을을 존치한 상태에서 나머지 부지를 개발하는 '존치형·경계 조정형 개발'이다.
대책위는 성당과 두 마을이 차지하는 공간이 서리풀1·2지구 전체 사업면적의 약 1.88%라고 주장한다. 존치 요구 구간이 서리풀2지구 가운데에 자리한 것이 아니라 양쪽 끝부분에 있어, 해당 구간을 남겨도 나머지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두 마을이 사업지 한가운데가 아니라 오른쪽과 왼쪽 끝에 각각 자리하고 있다"며 “마을을 존치하면서 개발하더라도 전체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인근의 기존 마을과 공동주택이 조화를 이루도록 저층 주택을 배치한 사례를 참고해 서리풀2지구도 주택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조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서리풀2지구의 당초 공급계획인 약 2000가구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서리풀1지구의 밀도와 가구 수를 조정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서리풀 전체 공급계획은 약 2만가구이고 사업의 중심은 1지구"라며 “1지구의 용적률이나 확보 부지를 활용해 공급량을 조정하고, 2지구는 기존 주택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주민 측이 제안하는 방안으로, 실제 용적률 조정 가능성과 기반시설 수용 능력, 1·2지구 간 공급 물량 변경 여부는 국토부와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검토가 필요하다.
대책위는 존치 요구와 관련한 청원서와 의견서를 국토부와 LH 등에 제출한 상태다. 다음 달 5일에는 주민대표와 국토부, 서울시, 서초구, LH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첫 공식 협의가 예정돼 있다.
관계자는 “협의회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할 사항은 성당과 마을을 남긴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존치형 개발"이라며 “공공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계획과 주민의 삶을 함께 지킬 수 있는 대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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