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로 국회입법조사처가 부실한 석유 공급망 대책과 '석유 최고가격제'의 미흡한 사후관리를 지목했다.
입법조사처는 27일 발간한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 정부가 답해야 할 올해의 질문' 보고서를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두바이유가 배럴당 169.75달러까지 급등했던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근본적 체질 개선 대신 임시방편적 재정 투입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먼저 한국의 높은 중동 원유 의존도와 공급망 다변화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국내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24년 기준 71.5%에 달하며, 수입 상위 3개국(사우디·미국·UAE) 비중이 60%를 웃돈다. 특히 수입 원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여서 해협 봉쇄 시 국가적 공급 차질로 직결된다.
정부는 위기 당시 미국·호주 등 대체 공급선 확보에 나섰으나, 이는 운송비 지원과 수입부과금 환급 등 한시적 비상조치에 의존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내 정유시설이 중동산 중질·고유황 원유 처리에 맞춰져 있어 단기 전환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는 '정부가 제시한 중동산 원유 비중 50% 이하 목표를 위한 실천 계획은 무엇인가'라며 '위기 때만 일시적으로 대체 원유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유사 설비 개선 지원이나 운송비·금융 등 상시적 유인책을 마련할 계획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에너지 안보 최전선에 있는 한국석유공사의 위기 대응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석유공사는 전국 9개 기지에 1억46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시설을 갖추고 해외 생산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유가 급등기 당시 정부 비축유 직접 방출이나 해외 생산물량의 국내 직도입 실적은 불투명했다.
비축유 직접 방출 대신 민간 비축의무 완화와 대여(SWAP)에만 의존하면서, 공사의 조치가 국내 수급과 가격 안정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정량적 데이터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석유공사는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종합 D등급(미흡)을 받아 운영 신뢰성에도 타격을 입었다.
보고서는 '해외 자산 중 위기 시 즉각 국내로 전환할 수 있는 물량과 실제 직도입 실적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며 '알뜰주유소와 오피넷 등 시장안정 사업 역시 유가 급등기 소비자 비용 절감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종합적인 성과평가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공급망과 비축 기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된 '석유 최고가격제'를 둘러싼 재정 낭비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제한하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며 추경 목적예비비 5조 원 중 4조2000억 원을 정유사 손실보전용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정유사 공급가 인하분이 실제 주유소 소비자가격으로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손실보전 원가 기준과 회계 검증 기준이 불투명해, 수조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제도임에도 소비자 유류비 절감액과 정부 보전액 간의 비용효과 분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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