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반도체·이차전지·미래모빌리티 정부 전략산업 선정
삼성 대규모 투자·AI 데이터센터 추진…구미 산업지도 다시 그린다
“대기업 투자→지역기업 공급망→일자리" 선순환 구축이 관건
▲구미시 청사 전경
구미=에너지경제신문윤성원기자 구미가 전통적인 전자·제조도시에서 AI로봇과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첨단산업 거점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가 대구·경북의 미래 성장엔진으로 AI로봇·반도체 소재부품·이차전지·미래모빌리티 등 4개 산업을 선정하면서다.
산업통상부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권역별 전략산업을 성장엔진으로 집중 육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경권에는 미래모빌리티·로봇·반도체·이차전지가 포함됐다.
구미 입장에서는 새 산업을 처음부터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이미 구축한 반도체 첨단산업 특화단지와 방산혁신클러스터에 로봇·AI·이차전지 산업을 연결해 정부의 산업정책과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다.
■ 제조업 도시의 체질 바꾸는 구미
구미는 한때 국내 전자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였다.
하지만 제조업 환경 변화와 수도권 집중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구미시가 선택한 방향은 기존 제조업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AI와 첨단기술을 접목해 제조업 자체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시는 반도체 첨단산업 특화단지와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축으로 삼는 동시에 로봇산업 육성 조례 제정, 첨단로봇융합도시 비전 선포, 로봇직업혁신센터 구축 등을 추진해 왔다.
로봇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에도 도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구미의 산업전환 구상은 'AI+로봇+제조업'으로 빠르게 수렴하고 있다.
구미에는 삼성SDS가 경북도·구미시와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고, 삼성SDS는 향후 AI 인프라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구미시는 이를 기존 제조현장의 인공지능 전환, 이른바 'AX(AI Transformation)'와 연결해 산업단지 자체를 미래형 제조거점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 AI로봇…“만드는 공장"에서 “로봇이 만드는 공장"으로
▲구미시 피지컬AI 기반 로봇산업 육성 기업간담회 제공=구미시
정부가 대경권 핵심 성장엔진 가운데 하나로 로봇산업을 선정한 것은 구미에는 특히 의미가 크다.
구미가 목표로 하는 것은 단순한 로봇 완제품 생산도시가 아니다.
AI가 탑재된 로봇과 제조업, 데이터센터, 지역 부품기업을 하나의 산업생태계로 묶는 이른바 '피지컬 AI 제조도시'다.
구미시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구미전자정보기술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지역 기업들과 협력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지역 로봇기업의 기술개발에서 실증·사업화·시장 진입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핵심은 대기업 투자와 지역기업의 연결이다.
대규모 생산시설이 구미에 들어오더라도 핵심 부품과 장비를 외부에서 들여온다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구미시는 지역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의 공급망에 직접 참여하도록 해 투자가 지역기업의 매출과 고용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 '비수도권 반도체 소재·부품 거점' 굳히기
반도체도 구미가 강점을 가진 분야다.
구미는 비수도권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 거점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소재·부품 기업 유치와 연구개발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제조 콤플렉스와 국방반도체 실증기반 구축 등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생산시설인 팹(Fab) 유치까지 염두에 두고 부지·용수·전력·인력 등의 기반시설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 넓은 산업용지가 필요한 만큼 실제 투자로 연결하려면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게 갖추느냐가 관건이다.
정부 역시 이번 권역별 성장엔진에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지방투자에 대한 재정·금융·세제·규제 지원을 패키지로 제공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 이차전지, '생산' 넘어 재사용까지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산업의 전 주기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미시는 이차전지 육성 거점센터와 배터리 테스트베드, BaaS 실증기반 구축, AI 기반 사용후 배터리 평가·재사용 기반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소재에서 셀·모듈·팩을 거쳐 사용후 배터리의 평가와 재사용·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산업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로봇과 드론, 국방 분야에서 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구미가 추진 중인 로봇·방산산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 방산이 미래모빌리티와 만난다
▲구미시 경북 로봇산업 공급망 대응 TF 출범 제공=구미시
미래모빌리티 분야에서는 구미의 방위산업 기반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구미는 2023년 방산혁신클러스터를 유치한 데 이어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방산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생태계를 확대해 왔다.
향후 유·무인 복합체계와 드론, 로봇, 첨단센서, 이차전지 등으로 산업 영역을 넓히면 방산과 미래모빌리티의 경계도 점차 희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미시는 방산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미래모빌리티 공급망과 연결해 핵심 부품의 국산화와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결국 관건은 '일자리'
구미시가 이번 산업전환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투자 규모 그 자체보다 지역에 얼마나 많은 기업과 일자리를 남기느냐다.
구상은 명확하다.
대기업 투자 → 지역기업 공급망 참여 → 연구개발·기술사업화 → 전문인력 양성 → 신규기업 유치 →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구미시는 이를 위해 시장을 중심으로 로봇·반도체·방산·AI·AX·이차전지·산업단지 조성 등에 대응하는 첨단산업 혁신TF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대경권 성장엔진으로 선정된 산업들은 구미가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미래 성장동력과 맞닿아 있다"며 “반도체 특화단지와 방산혁신클러스터를 기반으로 AI와 로봇산업을 결합하면서 구미의 산업생태계가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국가정책과 기업 투자가 실제 기업 성장과 시민의 일자리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대기업 투자와 지역기업의 공급망 참여, 연구개발과 인재양성, 산업단지 조성을 촘촘하게 연결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5극 3특'을 기반으로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권역별 산업거점을 육성하는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구미에는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
결국 구미의 승부처는 '선정'이 아니라 '실행'이다.
정부가 지정한 4대 성장엔진과 기업 투자를 실제 지역기업의 매출과 청년 일자리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구미가 대한민국 제조업의 과거를 상징하는 도시에서 미래 첨단산업을 이끄는 도시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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