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연 “모듈러 적용 땐 공기 36% 단축"
전력·통신망 확보에 인허가 개선까지 과제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AI시대의 데이터센터 건설산업 육성과 공급전략' 국회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나현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건설산업 로드맵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AI 연산 수요 증가에 대응해 데이터센터 인허가와 설계, 시공 기준을 검토하고 전력과 냉각 설비 등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는 모듈러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모듈러 방식을 적용하면 기존 건설 방식보다 공사 기간을 약 36%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기술을 검증하고 표준화하기 위한 1MW급 실증 데이터센터 구축도 추진한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AI시대의 데이터센터 건설산업 육성과 공급전략' 세미나에서 김명준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은 김 정책관은 “포럼에서 관련 과제들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연내 12월까지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있지만 국토부도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김 정책관은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과기부에서 총괄적으로 하고 있지만 건설산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저희도 포럼을 구성했다"며 “국토부가 이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이젠 누가 빨리 짓느냐의 싸움"
▲문병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AI시대의 데이터센터 건설산업 육성과 공급전략' 국회 세미나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산업의 제도적 한계와 공급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나현 기자
이날 세미나에서는 AI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구축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문병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은 “누가 튼튼하게 잘 짓는가의 싸움이 이제는 아니다"라며 “누가 표준 설계 모델로 빨리 짓는가의 싸움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AI 반도체의 고성능화에 따라 데이터센터 내 전력 사용량과 냉각 수요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부원장은 고성능 GPU가 적용되면서 랙당 전력 사용량이 높아지고 냉각 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점점 전기 수요가 높아지고 칩에 따라 들어가야 할 입지 조건이나 여러 시설이 달라지고 있다"며 “설비 시스템도 바뀌어야 하고 건물도 바뀌어야 하는 체계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구축 기간도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문 부원장은 “60MW 커미션이 한 달 늦어지면 약 200억원의 손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50MW를 8개월 조기 준공하면 약 2900억원의 이득이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고 밝혔다.
◇ 공기 36% 단축…해법은 '모듈러'
건설연은 데이터센터 구축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형 AIDC 모듈러 인프라테크 기술'을 제안했다. 이는 냉각과 전력, 화재 대응,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각각 모듈화해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문 부원장은 “냉각 시스템이나 전력 시스템, 화재 시스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각각 플랜트화하고 모듈화해서 공장에서 짓자는 것"이라며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놓으면 빨리 만들 수 있고 그 기술을 이용한다면 해외 수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요에 맞춰 미리 조립하고 디지털 체인으로 맞춰본다면 현장에 가서 조립이 가능하다"며 “생산의 국제 표준도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건설연은 모듈러 방식의 기대효과로 공사 기간 약 36% 단축과 현장 노무 63% 감소, 공장 초기 품질의 현장 95% 확보를 제시했다.
문 부원장은 “저희들이 계산해 보면 공기는 약 36% 단축이 가능할 것 같다"며 “현장 노무도 63% 감소하고 공장의 초기 품질을 현장에서 약 95%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수도권 승인 1.9%…전력이 '병목'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AI시대의 데이터센터 건설산업 육성과 공급전략' 국회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과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김나현 기자
전력 확보도 데이터센터 공급 확대의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문 부원장은 “수도권 전력 공급 신청은 522건이 있었지만 실제 10건밖에 통과되지 않았다"며 “1.9%의 수도권 승인율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은 89.7%로, 지방에 많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전력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병목"이라고 설명했다.
김미숙 세빌스코리아 상무도 데이터센터의 지역 분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상무는 “2025년 기준 IT로드 1.32GW 규모인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은 5년 후인 2030년에는 두 배 이상인 2.84GW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존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졌다면 향후에는 지방에 분산돼 신규 공급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수도권 안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선호되는 입지였지만 이제 수전 확보가 어려워지고 수전이 확보된 토지 매입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 해저케이블까지…CSP 유치 '연결성' 부각
IT와 통신업계와 관련해서는 전력뿐 아니라 네트워크 연결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 상무는 데이터센터 부지 선정 조건에 대해 “통신 시설이나 국제 회선 이입도 필요하다"며 “광역 네트워크를 갖추는 등 부지 주변의 인프라 상황이 맞물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론 이후 질의응답에서도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 유치를 위해 해저케이블과 육양국 등 통신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인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연결이 돼야 살아 있는 것"이라며 “전력이나 용수는 충분조건이고 필요조건은 연결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연결성을 높이는 데 있어서는 개인 사업자가 할 수 없다"며 “바로 그 지점이 해저케이블이고 육양국이고 글로벌 통신 인프라의 구축 협의"라고 강조했다.
◇ 얽힌 인허가…“원스톱 처리 필요"
인허가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김채규 국토부 AIDC 건설산업포럼 위원장은 “AI 데이터센터가 입지하기 위해서는 전력이나 용수 등 관련된 부분이 너무나 많다. 이걸 기관별로 인허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원스톱으로 행정 업무를 처리해주는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나왔다. 안계현 현대건설 HMG건설기술연구원 상무는 “2030년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려면 지금 인허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며 “지금 정책조차 정리가 안 돼 있어 속도가 느리다"고 했다. 이어 “하나의 인허가를 받는 데 있어서도 한전과 여러 부처 등 다양한 인허가 기관이 있다"며 “원스톱 심의같이 빠르게 인허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마련할 로드맵에서 관련 제도와 기술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 정책관은 “구체적인 기준들이 없어서 조속히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운영 중인 업체나 시공 업체들과 긴밀하게 의견을 수렴해 어떻게 가져갈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모듈러 기술에 대해서도 “속도를 빨리 내기 위해서는 공장에서 건설해 모듈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주셨고, 데이터센터 기계설비 모듈화와 관련해 기획연구를 하고 있다"며 “기획연구를 통해 예산을 놓고 빨리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와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인력과 기자재 공급 문제를 논의하고, 국내에서 설계와 시공 실적을 확보해 해외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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