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서현

shine@ekn.kr

박서현기자 기사모음




‘싸구려’ 꼬리표 뗀 CATL…전기차 10대 중 4대 ‘중국산 배터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9.21 15:07

중국산 배터리 탑재 국산 전기차 40.4%…1년 새 16.3%p↑
현대차·기아 5개 차종에 CATL 셀 적용…LFP 넘어 NCM까지

.

▲국산 전기차 배터리 업체 현황과 현대차그룹 차량의 CATL 셀 적용 현황. 그래픽=박서현 기자


한때 '싼 배터리'로 불리던 중국산 배터리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완성차 공급망에 진입한 데 이어 LFP(리튬인산철)를 넘어 NCM(니켈·코발트·망간)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차종별로 중국 CATL 배터리를 채택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중국산 배터리가 가격만을 앞세운 보급형 제품을 넘어 국내 완성차의 주요 선택지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에서 판매된 국산 전기차 1만5794대 가운데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6590대로 40.4%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달 24.1%에서 1년 만에 16.3%포인트 상승했다. 국산 전기차 판매량이 1년 전보다 3541대 늘어나는 동안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3570대 증가했다. 전체 국산 전기차 판매 증가분을 웃도는 규모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공급망에서도 중국 업체의 존재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현대차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정보'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CATL 셀을 사용하는 차종은 코나 일렉트릭으로, 롱레인지와 스탠다드 모두 CATL의 NCM 각형 셀을 탑재한다. 반면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에는 SK온, 아이오닉6에는 LG에너지솔루션, 캐스퍼 일렉트릭에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HLIGP가 각각 배터리를 공급한다.




기아는 현대차보다 CATL 배터리 적용 차종이 더 많다. 기아가 공개한 최신 배터리 정보를 보면 국내 전기차 9개 차종 가운데 4개 차종에 CATL 셀이 적용된다. 레이 EV와 니로 EV에 이어 최근 출시한 EV5와 PV5까지 CATL 적용 차종이 확대됐다. 지난 8월 EV5는 3146대, PV5는 1744대가 판매되며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주요 국산 전기차로 자리 잡았다. 중국산 배터리가 일부 보급형 전기차에 한정되지 않고 SUV와 PBV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CATL이 적용된 차종의 배터리 구성 역시 다양하다. 레이 EV에는 LFP 각형 셀이, 니로 EV·EV5·PV5에는 NCM 각형 셀이 적용된다. 반면 EV3와 EV4에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HLIGP의 NCM 파우치형 배터리가, EV6·EV9·봉고 EV에는 SK온의 NCM 파우치형 배터리가 들어간다. 중국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LFP에만 머무르지 않고 삼원계인 NCM까지 국내 완성차 공급망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배터리 업체의 국내 공급망 침투 배경에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와 배터리 공급 여건 변화가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캐즘 이후 배터리 생산능력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수요 증가세는 둔화하면서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배터리 공급사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완성차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몇 년 전에는 배터리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제작사들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위해 배터리 회사와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며 “전기차 보급이 늦어지면서 결국 배터리 생산량이 소모량보다 많게 되는 초과 생산 라인으로 접어들게 됐고, 자동차 제작사들이 배터리 회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BYD 같은 업체들이 전 세계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상황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산 배터리의 경쟁력은 가격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에서 요구되는 배터리 성능 수준이 달라진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이 교수는 “하이니켈은 국내 업체가 앞서는 등 국내 업체와 중국 업체 간 고성능 배터리 기술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도 “최근 충전 인프라가 확대되고 소비자들도 300㎞ 이상 주행거리가 보장되면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차량 가격 두 가지가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고성능 배터리의 기술 격차가 존재하더라도, 소비자가 그 차이를 크게 요구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배터리 업체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316.2GWh로 전년 동기 대비 25.8% 증가했다. CATL은 107.5GWh를 기록하며 34.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7.2%로 전년 동기보다 10.4%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넘어 공급망과 제품군을 빠르게 넓히면서 국내 업체들은 차세대 기술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교수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가 중요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는 중국을 압도적으로 이길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전고체·나트륨이온 등 새로운 소재 기반 배터리를 개발하고 상용화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