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그간 맺은 기술이전 계약의 '성적표'를 받아 드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빅파마에 넘긴 파이프라인의 임상 결과와 추가 계약 여부가 섹터 반등을 가를 것이라는 진단이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한국거래소 주최로 연 '코스닥데이' 제약·바이오 전망 발표에서 “작년까지는 기술이전을 다수 체결하는 섹터였지만 올해는 그 성과를 성적표로 돌려받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일환으로 6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코스닥데이'를 열고 있다.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임상적 검증과 기술이전 선순환'을 주제로 제약·바이오 산업 전망을 발표하는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사진=최태현 기자]
반은 성공, 반은 반환…중국과 격차 의구심
올해 제약·바이오 섹터는 악재가 잇따랐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은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 사용료가 시장 기대치(5%)를 밑도는 2%로 공개됐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는 1월 실적 발표에서 에이비엘바이오로부터 도입한 파킨슨병 치료제의 개발 우선순위를 낮췄다. 엄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기술이전 파이프라인을 두고 “반은 성공하고 반은 반환되거나 중단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규 계약 부진은 의구심을 키웠다. 엄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이 미국·유럽 빅파마와 맺은 계약은 84건이지만, 국내는 현재까지 알테오젠(4건)과 한미약품(2건)의 6건뿐이다. 한미약품은 일라이 릴리·로슈와 누적 약 5조원 규모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성과만으로는 섹터 전체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하반기 들어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는 코스닥 지수보다 밑돌고 있다.
엄 연구원은 이를 뒤집어 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알테오젠과 한미약품은 중국 바이오의 성장과 무관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기술이전에 성공하는 기업이 나온다면 중국과 경쟁에서 이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릭스·디앤디파마텍처럼 빅파마와 한 건의 계약을 맺은 플랫폼 기업을 주목했다. 플랫폼 기술은 여러 파트너에 반복해 팔 수 있어, 한 건만 추가해도 다수 계약을 보유한 상위 그룹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금리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성과"라고 덧붙였다.
'돈 버는 바이오텍'이 지수 안정의 조건
엄 연구원은 코스닥 바이오의 높은 변동성 원인을 이익 부재에서 찾았다. 그는 “코스닥이 1150일 때나 600대일 때나 기업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시가총액이 이익 기반으로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내후년 영업이익으로 시가총액을 설명할 수 있는 회사가 나오면 지수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사례는 알테오젠이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 약물을 피하주사로 바꾸는 플랫폼으로 10개 파트너사와 약 16조원 규모 계약을 맺고 31개 물질의 상업화 권리를 넘겼다. 피하주사는 병원에서 수십 분~수 시간 맞던 정맥주사를 수 분 만에 끝낼 수 있어 환자와 의료기관의 부담을 덜어준다.
엄 연구원은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 전환율이 8월 12.7%로 매달 약 2%포인트씩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매달 1%포인트씩만 올라도 2027년 30%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토대로 2028년 말까지 약 1조5000억원의 현금 유입을 예상했다. 바이오젠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한 자릿수 중반 로열티를 밝힌 만큼, 키트루다 외 계약 조건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스트라제네카·바이오젠이 출시 전 신약부터 피하주사로 개발하는 흐름도 우호적 신호로 봤다. 시장 1위 약이 이미 피하주사로 나와 있으니, 이를 따라잡으려는 후발 신약도 처음부터 피하주사로 출시해야 한다는 논리다.
신약 개발사 중에서는 인제니아테라퓨틱스와 앱클론을 꼽았다. 인제니아의 황반변성 치료제는 머크가 약 4000명 규모 글로벌 3상을 진행 중이다. 앱클론은 중국 헨리우스와 HER2 양성 위암 1차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6월 시작한 글로벌 3상 결과가 내년 여름 나오고, 2028년 상업화가 예상된다. 엄 연구원은 “파트너가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시가총액이 5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데이터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4분기~내년 1분기 데이터가 바이오텍 분수령
단기 변곡점은 임상 데이터다. 보로노이는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가 점유율 99%를 차지한 EGFR 변이 폐암 시장에 도전한다. 엄 연구원은 타그리소 투약 후에도 종양이 커진 환자에서 종양이 약 50% 줄었고, 뇌 전이가 부분적으로 사라진 사례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9월 호주에서 1차 치료 환자 투약이 시작돼, 내년 1분기께 타그리소 대비 우위 여부가 드러날 전망이다. 타그리소는 종양을 약 50% 줄인 상태를 4개월가량 유지하는 만큼, 같은 시점의 감소 폭을 비교하면 된다는 논리다.
올릭스는 4분기 경쟁사인 앨나일람·애로우헤드가 발표할 ALK7 표적 비만 치료제 첫 임상 결과가 관건이다. 올릭스가 개발하는 짧은 간섭 RNA(siRNA) 치료제는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설계도(mRNA)를 지워 생성 자체를 막는 방식이다. ALK7 표적 약물은 간·내장지방을 선택적으로 줄이는 유전자 치료제다. 경쟁사 결과가 긍정적이면 내년 임상에 들어가는 올릭스 후보물질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얀센에 이전한 항체약물접합체(ADC)의 1상 결과가 추가 계약의 전제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새 파트너 입장에서는 앞선 계약 물질이 사람에게서 효과를 냈는지부터 확인하려 한다는 이유다. 얀센 1상 결과는 연내 확보가 기대된다.
금리도 변수다. 엄 연구원은 미국 바이오 지수가 역사적 고점 부근인 반면, 국내 바이오는 금리 민감주로 조정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바이오에는 인공지능(AI) 쏠림 속 경기방어주로 자금이 들어왔지만, 연구개발 자금을 외부 조달에 의존하는 국내 바이오텍은 금리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는 “금리 인하의 방향성과 속도가 강해지면 기회 구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빅파마 대비 우위의 임상 결과를 가진 회사만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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