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 개회식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 APEC 회원경제 대표단 등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사람과 번영, 파트너십을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기술·운영의 연결'을 주제로 오는 16일까지 진행된다. 사진=장혜원 기자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경제들이 미래 교통체계의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에 모였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도로와 대중교통 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하고, 사고 발생 시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을 개최했다. 오는 16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APEC 10개 회원경제 정부 대표와 국내외 교통 전문가, 산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해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과 기술, 운영 경험을 공유한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사람과 번영, 파트너십을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기술·운영의 연결'이다. 지난해 처음 개최된 포럼에서 도출된 'APEC 스마트 모빌리티 권고안'을 바탕으로 교통혼잡과 도로 안전, 환경 지속가능성, 교통 접근성 등 회원경제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AI와 자율주행, 디지털 전환이 교통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만큼 기술 혁신을 실제 교통서비스로 연결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정의경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정 차관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을 실제 교통서비스와 연결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모빌리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장혜원 기자
정의경 차관 “기술이 얼마나 앞섰느냐보다 안전하게 구현되는지가 중요"
이날 개회식에서 정의경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 속도에 걸맞은 정책과 운영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차관은 개회사를 통해 “AI와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국민의 이동이 저절로 편리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과 기술 개발이 실제 도로와 대중교통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구현돼야 국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PEC 회원경제마다 교통환경과 정책 여건이 다르고 지방정부가 직면한 과제도 서로 다르다"며 “어떤 정책이 효과를 거뒀고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스마트 모빌리티는 기술이 얼마나 앞서 있느냐뿐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지에 따라 평가받게 될 것"이라며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경험과 해법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더 나은 교통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이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전동화 등 교통기술의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APEC 회원경제 간 정책 경험과 기술 역량을 공유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장혜원 기자
김영찬 한국교통연구원장 역시 기술 발전에 따른 교통체계 변화와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환영사에서 “AI와 자율주행, 전동화, 디지털 전환이 교통체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지만 도로 안전과 탄소중립, 고령화, 교통 접근성 격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APEC 회원경제들은 서로 다른 교통체계와 정책환경,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각자의 경험과 교훈을 공유한다면 새로운 통찰력과 실질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포럼의 성과는 단순히 공유된 아이디어가 아니라 논의 이후 어떤 협력이 이뤄지는지에 따라 평가될 것"이라며 “공동연구와 정책 협력, 지식 교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티아스 프랑케 주한 칠레대사가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프랑케 대사는 한국의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과 교통 인프라 운영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미래 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APEC 회원경제 간 협력과 민관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장혜원 기자
“기술 발전에서 누구도 소외돼선 안 돼"…국제협력 강조
마티아스 프랑케 주한 칠레대사는 한국의 스마트 모빌리티 정책과 교통 인프라 운영 경험을 높이 평가하면서 민관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프랑케 대사는 “한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서울이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하며 통합적이고 안전한 모빌리티의 모범사례로 발전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의 통합 대중교통체계와 자율주행버스, 강릉의 지능형 교통관리체계를 사례로 소개했다. 강릉에서는 CCTV와 레이더, AI 기술을 활용해 차량과 보행자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교통흐름을 개선하는 한편 긴급차량에 우선 통행권을 부여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성공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대중교통 당국, 민간 운영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에 달려 있다"며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교통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과 혁신에 관한 모든 논의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이라며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접근성을 확대하고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드아르도 페드로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사무총장이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 개회식에서 영상 축사를 하고 있다. 페드로사 사무총장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미래 교통체계 구축을 위해 APEC 회원경제 간 정책 경험 공유와 국제협력, 민관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장혜원 기자
에드아르도 페드로사 APEC 사무총장도 회원경제 간 정책 경험과 실무 지식 공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페드로사 사무총장은 “디지털 기술과 AI가 사람과 물자의 이동 방식을 재편하면서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어느 한 경제체가 모든 해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실질적인 진전은 효과적인 정책체계와 운영 경험, 정부·산업계·학계·지역사회 간 파트너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황기연 교수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질 주체 필요"
개회식에 이어 진행된 첫 번째 기조연설에서는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의 책임체계 구축이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황기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는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운행하는 시대에 대비해 사고 대응과 피해자 보상, 데이터 관리 등을 담당할 '운행대행자(DSP·Driving Service Provider)' 모델을 제안했다.
황 교수는 “운전자 없는 자동차는 더 이상 연구실 속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로보택시가 실제로 유료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시대가 됐지만 차량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가 대응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모든 돌발상황에 완벽하게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전이나 대규모 인파 밀집, 자연재난, 도로공사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차량 자체의 판단 능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황기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가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황 교수는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의 사고 대응과 피해자 보상, 데이터 관리 등을 책임지는 운행대행자(DSP) 모델을 제안하며,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책임 있는 운영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장혜원 기자
이에 황 교수는 차량의 자율주행 기능과 도로 인프라, 책임 있는 운영 주체를 연결하는 3단계 구조를 제시했다.
차량은 자체 AI를 통해 실시간 주행과 제동 등을 수행하고, 도로 인프라는 교통신호와 주변 상황을 공유하며, DSP는 운행 상황을 관리하고 사고 발생 시 대응과 보상 책임을 맡는 방식이다.
특히 사고 발생 이후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사, 운영사업자 등이 책임 소재를 다투는 동안 피해자가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피해자가 기업들 사이의 책임 공방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며 “DSP가 먼저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이후 사고 기록과 증거를 바탕으로 책임 있는 당사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의 사이버보안과 데이터 관리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차량 운행정보에는 보행자 얼굴과 차량번호판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는 만큼 데이터 관리 주체와 활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AI는 이제 책임 있는 사업자가 필요하다"며 “자율주행차의 지능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차량과 도로, 책임 있는 운영체계를 연결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앨런 브라운 미국 남서부연구원(SwRI) 수석연구원이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APEC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브라운 연구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능형 교통관리체계의 발전 과정을 소개하며, 차량과 도로 인프라, 교통관리센터가 정보를 공유하고 인간과 AI가 협력하는 미래 교통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장혜원 기자
미국 남서부연구원 “AI가 교통상황 판단…인간과 협력하는 체계로 진화"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마이클 앨런 브라운 미국 남서부연구원(SwRI) 수석연구원은 AI 기반 지능형 교통체계의 발전 방향을 소개했다.
브라운 연구원은 과거 교통관리센터가 CCTV와 레이더, 도로 검지기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이 직접 교통상황을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차량과 도로 인프라, 교통관리센터가 지능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에는 교통관리센터가 교통체계의 두뇌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차량과 인프라 곳곳에 지능이 분산되고 있다"며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단계를 넘어 교통상황의 의미를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함께 결정하는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교통사고나 역주행 차량, 보행자 위험 등을 감지하고 교통관리센터 운영자에게 대응 방안을 제안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특히 미국 테네시주에서 진행한 교통관리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AI가 교통상황에 따라 제한속도를 조정하는 시스템을 지원하고, 운영자가 AI의 판단을 검토하면서 교통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한 교통관리 시스템도 주목받았다. 교통관제사가 자연어로 시스템에 질문하면 AI가 상황을 분석하고 표준운영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브라운 연구원은 “교통관리기관은 한정된 인력으로 갈수록 복잡해지는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AI가 사람과 함께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데이터를 AI에 입력하고 알아서 해결하도록 맡길 수는 없다"며 “데이터 품질과 국제표준, 단계적인 AI 도입, 인간과 AI의 협력체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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