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장하은

lamen910@ekn.kr

장하은기자 기사모음




주식 결제는 하루 빨라지는데…증권사 부담은 누가 덜어주나 [기자의 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11.05 09:14
장하은 기자

▲장하은 기자


“가야 할 방향은 맞습니다. 다만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죠."


정부가 추진 중인 주식 결제주기 단축을 놓고 증권 업계 일부 관계자들이 한 공통적인 말이다.


주식 결제주기 단축을 바라보는 증권업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변화라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다만 제도 도입에 따른 실익을 놓고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투자자 편의는 높아지지만 증권사에는 비용 부담만 늘어날 수 있어서다. 특히 수익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다.




국내 증시의 결제주기 단축이 본격적인 준비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유관기관은 지난 2일 현행 T+2에서 T+1로 전환하는 로드맵 초안을 발표했다. 당초 내년 10월께로 예상됐던 시행 시점은 2028년으로 늦춰졌다. 금융회사들의 전산 개발과 통합 테스트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결제주기 단축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주식을 팔고 이틀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던 돈을 다음 거래일에 인출할 수 있다.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도 줄어든다. 미국은 이미 2024년 T+1 체계로 전환했다. 국내 시장만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그 편익과 비용이 서로 다른 곳에 돌아간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하루 빨리 현금을 확보하지만 증권사는 이를 위해 시스템을 바꾸고 업무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해외 투자자의 결제에 대응하려면 야간 업무 부담도 커진다. 전산 개발은 일회성 투자로 끝날 수 있지만 추가 인건비는 매년 발생한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에는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온다. 대형사는 충분한 수익과 인력을 바탕으로 비용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 반면 리테일 사업을 일부 영위하는 중소형사는 사정이 다르다. 제도를 도입한다고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경쟁사들이 모두 시행하는 결제체계를 외면할 수도 없다. 수익과 관계없이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생기는 셈이다.


투자자 편익 역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현재도 매도대금담보대출을 이용하면 결제일 전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이자가 발생한다. 결제주기 단축은 이러한 금융비용과 불편을 줄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그것이 곧 신규 투자자 유입이나 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시장 선진화는 필요한 과제다. 그러나 정책의 당위성이 금융회사에 발생하는 비용까지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증권사 역시 주주가 있는 기업이다. 투자자 편익을 높이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기업의 수익성과 주주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살펴야 한다.


당국이 준비기간을 늘린 것은 다행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일정 조정에 그치지 않는 세심한 지원이다. 중소형사의 공동 인프라 활용과 업무 자동화 지원 등 비용 부담을 줄일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시장 선진화의 성과를 모두가 누리려면 그에 따른 비용 부담 역시 균형 있게 고려돼야 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