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사진=연합) |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 적용하면서 이를 고의로 위반했다"며 벌금 80억원을 부과했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에 대해 15일부터 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를 진행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은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재감리 결과 회사가 합작계약에 따라 2012년부터 계속 미국 바이오젠사와 에피스를 공동지배하고 있었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사가 에피스를 연결하여 회계처리한 것은 위법한 회계처리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해당 사항에 대해 논의한 결과, 신제품 추가, 판권매각 등과 관련해 바이오젠이 보유한 동의권 등을 감안할 때 계약상 약정에 의해 지배력을 공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 즉 잠재적 의결권이 경제적 실질이 결여되거나 행사에 장애 요소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지배력 결정 시 고려해야 하는 실질적인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증선위는 국제회계기준이 2011년에 국내에 최초로 도입된 점, 회사와 에피스가 각각 2011년, 2012년에 설립된 점, 지배력 관련 새로운 회계기준서가 2013년에 시행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12년과 2013년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의 동기를 과실로 판단했다.
특히 2014년의 경우 임상실험 등 개발성과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회사가 콜옵션 내용을 처음으로 공시하는 등 콜옵션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했던 점을 감안해 위반 동기를 중과실로 결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신회계 판단 일지. |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서는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와 함께 회계처리 기준 위반 내용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삼정회계법인은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000만 원을 부과하고, 당해회사 감사업무를 5년간 제한하며, 회계사 4명에 대한 직무정지를 건의하기로 했다. 안진회계법인은 과세에 의한 위반으로 당해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3년간 제한한다.
증선위는 2015년에 바이오에피스 주식을 지분법으로 회계처리하면서 대규모 평가차액을 인식한 것은 잘못이므로 취소한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 투자 주식을 취득원가로 인식하면서 콜옵션 부채만을 공정가치로 인식할 경우 회사의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다소 비정상적인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선위는 제시된 증거자료와 당시 회사 정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회사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회계 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면서 이를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증선위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하여 확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에서 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았고, 다수의 회계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증선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회사는 소송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사업에 더욱 매진하여 회사를 믿고 투자해 준 투자자와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증선위가 회계처리를 고의적 위반으로 결론지으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15영업일 이내에 상장적격성 심사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만일 심사대상이 아니라고 결정되면 거래정지는 해제되나, 심사대상으로 결정되면 다시 20영업일 이내에 심사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 여부, 개선기간 부여 등을 결정해야 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다른 사례에서 봤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실제 5조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의 경우 2016년 7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년 3개월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됐지만 상장폐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