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가 DB하이텍 및 DB Inc 주주들을 고소 한 뒤 합의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액주주연대는 KCGI의 DB하이텍 지분 고가 매도 의혹을 이유로 맞고소하며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양 측의 갈등으로 KCGI의 '금융 소비자 공감 능력'이 드러났다며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대주주 심사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DB하이텍과 DB Inc 주주는 KCGI(강성부펀드)를 검찰에 각각 고발과 고소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에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투자 방식이 미국에서도 엄격하게 제한되는 '그린메일'(Greenmail, 경영권에 위협을 가해 프리미엄을 받고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해당된다는 이유다. 지난해 3월 KCGI는 DB하이텍의 지분 약 313만주(7.05%)를 취득하고 경영권 참여를 선언했다. 이후 소액주주들과 함께 주주활동을 벌이다 9개월 만인 12월 28일 '경영구조 개선을 이뤄냈다'며 돌연 지분 5.65%를 DB하이텍 모회사인 DB아이엔씨에 매각했다.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시세(당일 종가 5만8600원)보다 12.6% 높은 6만6000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KCGI는 수백억원의 차익을 실현했고, 소액주주들은 DB하이텍 주가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 고소인 측 주장이다. 이는 KCGI의 비판 댓글을 단 개인주주들을 고소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KCGI는 최근 비판하는 댓글을 단 개인주주들을 고소했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얼마전, 나이가 70이신 어머님께서는 올초 KCGI가 6만6000원에 DB하이텍 주식을 팔고 나간 것에 화가 나서 '먹튀'라고 댓글을 썼던 적이 있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10개월이 지난 지금, KCGI가 고소를 했으니 경찰서로 출두해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경찰서 한번 가본 적 없는데 어이 없이 고소를 당했다고 힘들어 했고, 심지어, 일부 주주분들은 합의금 명목으로 KCGI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이 수십만원의 돈까지 요구한다며 호소했다"면서 “소액주주 일부만 고소한 것은 다시는 KCGI에 덤비지 못하게 버릇을 고치겠다는 의도와, 일부만 공격하여 주주연대 내 내분을 노리는 행위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저희 연대 기준으로 KCGI에 고소당한 주주들은 10명이 넘는다"면서 “대략적으로 파악된 수는 DB하이텍만 한정해 70명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를 위시한 DB하이텍 주주연대는 적극적으로 소액주주들을 지켜나갈 예정이다. 우선, KCGI로부터 고소당한 소액주주들을 단체로 모아, 무료로 법률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작년 말 6만6000원에 DB Inc와 KCGI간 고가 거래 추궁 △경제개혁연대와 힘을 합쳐 김준기 일가 고연봉에 대해 주주대표소송 제기 △골프장에 1000억원 넘게 투자한 자금이 혹시 김준기 회장의 DB메탈 지급보증 해소에 사용되는지 끝까지 감시 △삼동흥산, 빌텍이라는 위장계열사를 통해 DB하이텍 주식을 매입하고, 자본시장법상 대량보유보고를 누락한 행위 추궁 △내년 3월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관철 등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KCGI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면서 “KCGI는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해 금융기관 인수한 경험이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 같은 정서적인 반감을 사게 된다면 결국 평판리스크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