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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사진=AF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1년만에 다시 마주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군사 대화 채널 복원과 ‘좀비마약’ 펜타닐 퇴치, 인공지능(AI) 협력 등에 합의했다. 다만 대만과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문제에 대해선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정상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4시간 넘게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1월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해온 것 중에서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일부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회담 성과로 중국과 펜타닐 협력, 군대군(軍對軍) 대화 재개, AI에 대한 양국 간 대화 추진 등을 언급했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양국이 ‘군대군(軍對軍) 대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매우 분명하게 요청했으며 중국이 제도화를 위한 조치를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중국이 현재 공석인 국방부장을 새로 임명하는대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만나기로 하는 등 군 고위급 소통을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도 양국 군의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전화통화 등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회담 결과 자료에서 발표했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서로간 원칙과 레드라인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군사 대화 재개로 서로간 의도치 않은 무력 충돌이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상 간 소통을 포함해 중국과 고위급 외교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시 주석과 나는 위기가 발생하면 전화기를 들고 서로 직접 통화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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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사진=로이터/연합) |
양국은 미국 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관련 합의도 했다. 중국은 중국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을 막기 위해 펜타닐 원료를 제조하는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펜타닐) 유입량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며 "(이번 합의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것이고 문제 해결에 대한 시 주석의 의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두 정상은 AI 기술이 글로벌 안보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한 대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미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시 주석은 그러나 대만 문제, 무역 분쟁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선 기존의 원칙을 다시 강조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대만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항상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감한 문제"라며 "중국은 발리 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긍정적인 태도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며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이 수년간은 대만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대만과 평화 통일을 선호한다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설명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미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대규모 침공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전하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접근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입장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고 미국은 현상 유지를 믿는다면서 중국이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의 핵전력과 관련해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중국은 핵전력 확충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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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바이든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등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검토, 일방적 제재 등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압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중국 인민의 발전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일방적 제재를 해제해 중국 기업에 공평하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출통제 등의 경제 조치는 앞으로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미군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국 간 경제 경쟁의 장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서, 중국이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게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회담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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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시 주석(사진=AP/연합) |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에서 갈등이 확산하지 않도록 이란이 도발로 여겨질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명했다.
이에 회담에 참석한 중국 당국자들은 중국이 중동 지역의 위험과 관련해 이란과 대화를 했음을 밝혔다고 미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우려도 분명히 밝혔다. 그간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