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6월 26일(수)
에너지경제 포토

서예온

pr9028@ekn.kr

서예온기자 기사모음




[이슈분석] 차이나몰 한국시장 잠식, 공포인가 기우인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24 15:45

알리·테무 급성장·공격투자에 “규제 필요” 요구 커져

대기업까지 나서 “시장 위협, 출혈경쟁 불가피” 우려

“국내 매출 미미…섣부른 대응 무역분쟁 부작용 초래”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12월 6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적재산권 보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예온 기자

최근 국내 이커머스시장에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가 커지자 거대 자본력을 내세운 'C커머스'가 전자상거래 시장을 포함한 국내 소매시장까지 집어삼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며 '국내시장 진입'에 재갈(규제)을 물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중국 이커머스에 과잉 대응해 중국기업의 시장 진입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글로벌 통상협약에 위배되는 것으로, 자칫 무역분쟁과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는 앞으로 3년간 11억달러(1조4806억원)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한국 사업계획서를 최근 정부에 제출했다.


우선 알리는 2억달러(약 2632억원)를 투자해 올해 안에 국내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물류센터가 확보되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배송 기간이 크게 단축되는 만큼 알리의 플랫폼 경쟁력도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는 아울러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를 돕는데 1억달러(약 1316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역직구를 키워 국내 셀러들이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판로를 지원, 이를 통해 플랫폼거래액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일각에선 알리의 이같은 '역직구 키우기'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국내 상품 가격이 중국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중국 현지에서 많이 팔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중국도 고소득층의 소비자가 존재하고, 더욱이 알리가 19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셀러 상품이 다양한 국가로 수출될 경우 알리 거래액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단 반론도 나온다.


유통업계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중인 알리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알리가 한국 시장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성장세가 더욱 커질 경우 이커머스 시장을 포함한 국내 소매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이 무기인 중국 이커머스의 가파른 성장세로 이미 국내 소상공인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 판매자가 중국에서 물건을 매입해 한국에서 판매할 때는 관세 및 부가세와 KC인증 취득 비용 등이 추가되는 상황이지만 중국 직구 플랫폼은 이 적용을 받지 않아 역차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이커머스들의 공세 강화에 국내 유통기업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1일 주주총회장에서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의 국내 공습에 대해 “유통업 전체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견제를 위한 출혈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바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급성장하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거침없는 행보를 제어해야 한다는 여론이 업계와 언론으로 중심으로 집중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유통전문가 사이에선 알리·테무 등 중국 직구플랫폼들의 성장세가 매출 규모 측면에서 아직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해외직구 규모는 23억5900만 달러로 전년(14억 8800만 달러) 대비 58.5% 증가했다. 1년 만에 2조 원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227조 원대)에서 살펴보면 1%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직구플랫폼에 대한 과잉 대응 또는 섣부른 규제는 오히려 화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유통학회장 출신인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다이소가 처음 들어와서 1500개 매장을 열정도로 성장한 것처럼 중국 이커머스들로 인해 초저가 시장이 온라인에서도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자상거래 전문가인 이동일 세종대 교수도 “중국 이커머스에 과잉 대응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지금 얘기되고 있는 것처럼 상품 판매 자체를 차단시키는 형태의 규제가 나오기 시작하면 현재 상태에서 확립되었던 국제 관행과 협약을 다 깨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결국 제로베이스에서 중국과 다시 협상을 시작해야 될 텐데 그러면 우리 입장에서 그게 더 유리하겠냐"고 반문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