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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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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지금] KDB생명, HMM…구조조정 힘 빠진 강석훈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27 08:08

산은, KDB생명 자회사 편입 검토
재무구조 개선 위한 추가 자금 투입 불가피

HMM 몸값 높아져 향후 매각 부담
매각 시기 놓쳤나…구조조정 역할 회의론

KDB산업은행.

▲KDB산업은행.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임기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산은이 추진하는 기업 구조조정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숙원이었던 KDB생명보험은 인수자를 찾지 못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경우 연초 하림그룹과 매각 협상이 결렬된 후 아직 재매각 계획이 없다고 산은은 밝히고 있다.


강 회장은 취임 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매각에 성공해 구조조정에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남아 있는 매물에 대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매각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KDB생명과 HMM, 아시아나항공 등을 구조조정 매물로 가지고 있다. 이 중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단계라 합병을 위한 9부 능선은 넘은 상태다.


문제는 KDB생명과 HMM이다. 산은은 그동안 번번이 매각에 실패한 KDB생명의 자회사 편입을 검토하고 있다. 산은은 2014년부터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해는 5수 끝에 하나금융지주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2개월 간의 실사 과정 끝에 불발됐다. KDB생명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KDB생명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해서는 재무 상태를 개선해야 하지만 내년 2월까지 KDB생명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모펀드를 청산해야 해 시간이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산은은 재매각에 나서기 보다 자회사 편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은 산은 자회사 편입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삼일PWC에 컨설팅을 의뢰했고 최종 보고서를 기반으로 해당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종 보고서에는 KDB생명의 재무 상태 등 현황과 산은 자회사로 편입하는 상황에 대한 평가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이 그동안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은 1조6000억원에 이른다.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가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앞으로 산은이 그만한 혈세를 KDB생명에 쏟아붓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단 산은과 KDB생명은 자회사 편의 논의와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HMM 매각도 중단된 상태다. 앞서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이 선정됐으나, 지난 2월 협상이 결렬됐다. 채권단인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매각 이후에도 일정 부분 경영권 개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하림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현재는 해운 운임 상승와 채권단의 영구채 전환 등으로 HMM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매각에 더욱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HMM 재매각에 대해 “현재로써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산은 측은 당시 입장과 같이 아직 HMM 재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지난 2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왼쪽 두번째).

KDB생명 매각을 6번이나 실패하고, HMM도 매각 결실을 맺지 못하면서 산은의 구조조정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특히 내년 6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강 회장이 임기 내 HMM을 매각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강 회장은 취임 후 대우조선해양 민영화와 쌍용차 정상화를 성공시켜 구조조정에 자신감을 드러냈으나, 이후 KDB생명과 HMM의 매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며 매각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강 회장 취임 후 산은의 부산 이전 사안에 잠식돼 산은이 제 역할에 집중하기 어렵고 소모적인 에너지 사용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많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부산 이전 이슈와 상관없이 산은 임직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부산 이전으로 갈등이 심해지며 직원 일탈이 많아지고 산은이 제 기능에 집중하기에 어려운 상황인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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