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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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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오너 3세’ 경영 가속화…디지털·글로벌 공략에 박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12 17:36

글로벌 역량 발판 삼아 ‘새 성장 동력’ 발굴
신중하 그룹데이터TF장, 그룹경영전략담당으로 승진
현대해상, 정경선 전면 부각…임원 대다수 ‘세대교체’
김동원표 경영 올 들어 박차…해외 외연 확장에 집중

(왼쪽부터)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TF장, 정경선 현대해상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왼쪽부터)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TF장, 정경선 현대해상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오너가 경영하는 보험사들의 3세 경영 움직임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이들 오너 3세는 디지털 혁신 등 신사업에서 길을 내는 데 집중하는 추세로, 보험사가 시도하지 않았던 사업을 확장하면서 향후 보다 젊은 업권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교보생명이 '2025년 정기 인사'를 통해 신창재 대표이사 겸 이사회의장 장남인 신중하 그룹데이터TF장을 인공지능(AI)활용·고객의 소리(VOC)데이터 담당 겸 그룹경영전략담당으로 신규 선임했다. 신 신임 상무는 교보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뒤 10년 만에 임원직에 올라섰다.


신 상무는 1981년 생으로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졸업 후 외국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근무한 바 있다.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해 보험업에 발을 들였고 미국으로 돌아가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 디지털혁신(DX)신사업팀장으로 돌아온 뒤 △교보생명 차장 △교보생명 그룹디지털전환(DT)지원담당 △교보생명그룹데이터전략팀장 등을 지낸 이력이 있다.


특히 올해 초 경영 임원 후보에 선발돼 다른 임원 후보들과 디지털 리더십과 경영지식 등을 육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4월부터는 그룹경영전략담당 겸 그룹데이터TF장에 임명돼 그룹 전반의 경영 인사이트와 AI와 빅데이터 관련 실무를 익히기도 했다.


신 상무가 보험업에서 주로 디지털혁신과 관련된 분야에 몸 담으면서 향후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구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해상은 내년부터 정경선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 전무의 경영색채가 보다 강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해상이 전날 발표한 올해 조직개편에서 총 12명의 부문·본부장급 임원이 대거 교체된 가운데 정 전무 산하 지속가능실 소속 '정경선 6인방'이 주요한 부서의 임원직에 전면 배치됐다. 정 전무는 지난해 부문급 임원 기구 신설을 통해 장기적 비전 수립과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을 꾀해왔다. 내년엔 1년 동안 이 기구에 속해 각종 보고를 받아 온 멤버들이 주요한 부서의 임원으로 분산 배치돼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부문장급의 60년대 중반생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정 전무가 세대교체 신호탄을 쏜 것으로 분석된다. 64년생인 조윤상 기획관리부문장의 자리는 73년생인 정규완 전 디지털전략본부장이 앉게 됐다. 2019년 디지털전략부장에서 본부장으로 승진한 뒤 현재까지 디지털전략을 총괄해 온 인물이다. 디지털전략본부는 핀테크·헬스케어·AI 분야에서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등 새로운 사업을 꾸준히 다져왔다. 현대해상이 보험과 ICT 신기술 융합을 통한 신사업 발굴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해당 영역도 크게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사장직 2년차를 맞아 김동원표 경영을 본격 가동 중이다. 김 사장은 해외 은행·보험사·증권사를 잇따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영토 확장에 집중하는 한 해를 보냈다. 지난달 김 사장은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매입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올해 4월엔 인도네시아 노부은행에 지분 40%를 투자해 해외 은행업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전체 금융계열사 순이익의 94.6%가 보험사에서 나오고 있어 보험 의존구조 탈피 등 미래 먹거리에 집중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 사장 또한 디지털손보사 설립 등 디지털 전략에도 관심이 높다. 당장 크게 수익이 나지 않지만 디지털 사업과 해외 사업 성과를 기반으로 본인만의 경영 행보를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김 사장이 디지털 보험사에서 현재 나타내는 당장의 실적 규모보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 그것을 키워나가는 데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지난 2014년 한화생명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했고 이후 최고디지털책임자(CDO·부사장), 최고글로벌책임자(CGO·사장)에 오른 바 있다.


현재 보험업권은 저출산 고령화에 직면한 산업상 특성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오너 3세들은 모두 80년대 생으로 이전보다 젊은 경영 감각을 기반으로 진두지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디지털 분야에서의 경험과 글로벌 역량을 재료 삼아 새로운 사업모형을 확대해가는 것을 공통적인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젊은 리더로의 교체와 함께 디지털에 부쩍 집중하는 모양새"라며 “젊고 새로운 시각으로 먹거리를 창출해 내줄 것이란 내부적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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