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양광 모듈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태양광 관련주가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점 역시 국내 태양광 업체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OCI홀딩스는 지난 한 달간 41.1% 상승했다. 지난해 12월2일 5만9300원이던 주가는 지난 17일 8만3700원까지 치솟았다. 또 다른 태양광 관련주인 한화솔루션도 같은 기간 29.3% 상승했고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39% 급등했다.
태양광 관련 ETF도 오름세다. 국내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기업을 담은 한화자산운용의 'PLUS 태양광&ESS'는 최근 한 달 수익률이 12.21%에 달했다. 해당 ETF 구성종목은 LS일렉트릭, 한화솔루션, OCI홀딩스, HD현대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등이다. 이 가운데 비중으로는 LS일렉트릭이 24.49%로 가장 많고 주식 수 기준으로는 한화솔루션이 5415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태양광 관련주가 상승하는 데는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 태양광 산업에 대한 개선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친환경 정책에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태양광 산업은 예외다.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 등은 태양광 발전 효율이 높은 지역인 만큼 공화당에서 태양광 산업에 제동을 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국 규제 강화를 예고한 점 또한 국내 태양광 관련주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수록 국내 태양광 업체들에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10~20%,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앞서 중국기업들은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중국산 태양광 모듈을 동남아에서 생산하면서 관세 부담을 낮춰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미국이 동남아에서 생산된 중국산 모듈에도 반덤핑 과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중국산 모듈 공급은 급감했다. 미국의 동남아시아 4개국으로부터의 모듈 수입량은 지난해 4월 5.14GW를 기점으로 같은 해 10월 2.56GW로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관세 부담이 덜할 전망이다. OCI홀딩스의 경우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제조법인인 MSE를 통해 미국에서 직접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MSE는 미국 텍사스주 모듈공장 생산능력을 연간 210메가와트(MW)에서 1기가와트(GW)로 확대하는 투자도 진행 중이다.
한화솔루션의 재생에너지 사업 부문인 한화큐셀도 지난 2023년 미국 조지아주 달튼에 2공장 모듈을 증설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카터스빌 모듈을 증설했다. 올 하반기에도 카터스빌에 잉곳·웨이퍼·셀을 완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잉곳부터 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태양광 모듈 공급과잉이 점차 해소되고 있지만 모듈 수입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OCI홀딩스는 미국내 수직계열화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춤과 동시에 미국 공급망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화큐셀은 올해 공장 완공을 통해 미국 전체 생산능력 40% 수준에 달하는 수직계열화를 달성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상대적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적용하면서 미국 태양광 모듈 가격이 최소 40~50%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연구원은 “반덤핑·상계관계(AD/CVD) 적용 시 미국 태양광 모듈 가격은 이론상 80%, 보수적으로 40~50% 상승할 수 있다"며 “연간 출하량 8GW 기준으로 모듈 가격이 와트당 0.01달러가 개선되면 한화큐셀의 분기 영업이익은 약 290억원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