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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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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도 탄소 중립 요구 높아…K-조선, 원자력 추진선으로 돌파구 찾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16 12:31

HD한국조선해양, 1만5000 TEU급 설계 모델 공개

삼성중공업, 2021년부터 ‘MSR’ 개발 연구 진행 중

한화오션 “원자력선, 11.8년 운용 시 경제성 확보”

HD한국조선해양이 공개한 1만5000 TEU급 SMR 추진 컨테이너선의 조감도. 사진=HD현대 제공

▲HD한국조선해양이 공개한 1만5000 TEU급 소형 모듈 원자로(SMR) 추진 컨테이너선 조감도. 사진=HD현대 제공

해상 탄소 중립 규제의 강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차세대 선박 기술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액화 천연 가스(LNG)나 이중 연료(DF) 추진 선박은 연소되지 않은 메탄을 배출해 탄소 중립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때문에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선박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운 온실 가스 퇴출을 위해 2050년 경 또는 근접한 시기에 탄소 순 배출량 제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08년 총 온실 가스 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최소 20%, 2040년까지는 최소 70%까지 감축하고, 2030년까지 국제 해운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총량의 최소 5%를 저·무배출 기술 또는 연료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현재 전세계 해상 물동량은 2022년부터 2026년 사이 연 평균 2.4% 증가하는 추세로, 오는 2050년 온실 가스 배출량이 2008년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선박용 벙커C유의 대체 에너지원으로는 액화 천연 가스(LNG)·에탄올·암모니아·수소·전기 등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연료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온실 가스 배출을 수반한다.


한국기후변화연구원에 따르면 천연 가스는 연소 시 석탄이나 석유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주성분인 메탄(CH₄)의 온실 효과는 이산화탄소(CO₂)보다 25배 이상 강력하다.




아울러 이중 연료 추진(DF) 선박은 LNG·저유황유(VLSFO)·고유황유(HSFO) 등 기존 연료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지만 연료 전환 과정에서 엔진 손상·연소 효율 저하 가능성이 있다. 또한 LNG를 사용하는 만큼 연료 추진 선박에서 연료가 불완전 연소돼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중 연료선은 과도기적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업계에서는 선박 추진용 연료를 화석 연료에서 친환경 연료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추진선이 연료 연소 과정이 없어 탄소 중립이 대두되는 현 조선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한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2일 '휴스턴 해양 원자력 서밋'에서 소형 모듈 원전(SMR) 기술을 적용한 1만5000 TEU급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설계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선박용 용융염 원자로(MSR)' 개발 연구를 진행해왔고, 현대건설·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원자력선 개념을 설계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상 탄소 중립을 기하고자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IMO 제공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상 탄소 중립을 기하고자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IMO 제공


원자력선은 주로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원자력선에 활용될 수 있는 SMR은 100MW 내외로 대형 원전에 비해 10분의 1 규모다. 원자로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은 10~2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고, 중간 연료 공급이 불필요해 장거리 운항 시 연료 재보급 부담 없이 운항할 수 있어 항만 의존도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원자력은 기존 선박과 달리 엔진의 배기 기관이나 연료 탱크 등의 기자재가 요하지 않는다. 큰 부피를 차지하던 연료 저장 탱크가 필요 없다는 점은 곧 적재 공간 증가와 운송 효율 극대화로 직결돼 경제성을 제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통상 선박 운용 기간이 25~30년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막대한 운영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장준섭 한화오션 함정기술연구센터 연구원은 “원자력 대비 타 추진 체계의 운용 비용이 높아지는 역전 시점은 11.8년"이라며 “25년 간 운항한다고 가정하면 디젤은 7038억원, LNG는 6084억원이 더 든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북극 항로를 시작으로 극한의 환경에서 선박을 띄울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원자력선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현재의 항로보다 거리가 훨씬 짧아 항해 일수와 물류비를 크게 단축할 수 있고, 인도양에 출몰하는 해적 등의 위험 요인이 없다. 또한 금·은·다이아몬드·아연·가스·석유 등 전 세계 자원 중 22% 가량이 북극 항로에 매장된 것으로 보여서다. 이 지역에서는 저온 상태에서 선체의 결빙이나 눈의 축적, 그리고 해수의 물보라 등으로 쌓인 얼음으로 장비의 지속적인 작동이 어렵다.


장 연구원은 “추진원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적은 양의 연료로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어 극한의 기후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성 검증·국제 규제·원자력 선박에 대한 대중적 수용성 문제 등을 해결해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인 만큼 원자력선은 203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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