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오는 3월 회장 취임 1주년을 앞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최근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전량을 매입하면서 확고한 그룹 지배력을 구축했다.
정 회장은 강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회장 첫 해인 지난해 이마트를 흑자전환시킨 성과에 자신감을 붙여 올해 책임경영 오너십을 십분 발휘해 수익경영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이 지난 11일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278만7582주)를 전량 매입했다고 지난주 14일 공시했다.
당초 금액이 큰 만큼(최종 매수금액 2251억원) 오는 3월 11일까지 순차 매입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으나 지난 11일 장 마감 후 시간외매매를 통해 하루만에 전량 매입을 완료했다.
특히, 정 회장은 '증여'가 아닌 개인자산을 투입한 '매입'을 선택하는 정공법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1일 이마트가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이후 주가가 상승한 상황에서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매입한 사실에 대한 평가였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밸류업 공시 전날인) 지난 10일에 좀더 낮은 가격으로 매입할 수도 있었지만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밸류업 공시 이후에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정 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기존 18.56%에서 28.56%로 확대돼 최대주주 지위를 더욱 굳혔다. 2대주주는 약 8%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고 소액주주가 약 57%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지난해 3월 그룹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이마트 경영은 물론 신세계그룹 경영승계 과정에서도 더욱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해 회장 승진 후 한 해동안 외형성장보다는 비용절감과 내실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계열사 수장 교체, 창사이래 첫 희망퇴직 단행, 스무디킹 철수, 제주소주 매각 등 부실 털어내기에 주력했고, 그 결과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9조209억원, 영업이익 471억원을 올려 매출은 전년대비 1.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2023년 창립이래 처음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가 1년만에 곧바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로 대다수 유통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했음에도 이마트는 흑자전환했다는 점에서 정 회장의 리더십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정용진 회장은 더욱 탄탄해진 리더십을 기반으로 올해에도 내실 다지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9.0% 증가하며 이마트 흑자전환에 효자노릇을 했던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를 올해 2곳 추가 출점한다.
지난 14일 개장한 트레이더스 서울 마곡점은 오픈 첫날(14일)과 이튿날(15일) 연속으로 역대 트레이더스 일매출 최대치를 경신했고, 하반기에는 인천 구월점도 오픈해 올해 트레이더스 매출을 전년대비 9.6% 성장한 3조95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 등도 지속 성장시켜 이마트는 올해 연결기준 매출 30조3000억원을 달성, 전년대비 4.4% 성장하는 동시에 창립이래 처음 매출 30조원을 돌파한다는 포부이다.
이를 토대로 이마트는 오는 2027년까지 연결기준 매출 34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업계는 실질적인 '정용진 시대'가 열린 만큼 신세계가 비용절감과 수익개선을 넘어 내년에 착공 예정인 경기도 화성국제테마파크(스타베이시티), 2030년까지 4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스타필드, 올해 상반기 출범하는 G마켓-알리익스프레스 합작법인 등 '정용진표 사업'에도 추진력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