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은행 본점.
신한은행의 한 직원이 2021년 12월부터 2년 6개월간 17억원 규모의 자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한은행은 그간 타행에 비해 횡령과 같은 금융사고가 많지 않았던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한 내부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해당 직원을 수사기관에 고소하고, 사고 경위를 파악해 재발 방지 등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조직적이고 치밀했다...2년 6개월간 몰랐던 이유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압구정역금융센터에서 기업대출을 담당하던 직원 A씨는 2021년 12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은행과 거래 중인 업체의 명의를 도용해, 수출대금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 A씨는 해당 서류를 토대로 대출을 받고, 갚기를 반복해 17억원을 횡령했다.
업계에서는 사고 정황상 기업대출 관련 프로세스를 꿰고 있던 A씨가 은행의 허점을 이용해 치밀하게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수출입 기업들의 만기 시점 등을 조사하던 중 해당 사건을 적발했고, 금융감독원에 보고를 마쳤다. 신한은행 측은 “자체 상시감사 모니터링 중 해당 사건을 발견했다"며 “자세한 경위는 파악 중이며, 현재 해당 직원은 수사기관에 고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타행과 달리 신한은행에서 10억원이 넘는 횡령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신한금융지주 및 계열사 CEO들은 임직원들에게 엄격한 행동규범과 내부통제 강화, 질적 성장 등을 누누이 강조했다. 내부통제와 금융사고는 시스템과 제도만으로 완벽하게 구축할 수 없는 만큼 모든 임직원들이 윤리의식을 강화하고, '기본'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관건은 신한은행의 향후 대응 방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전 금융권에서 총 111건, 2598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보고됐다. 2023년 같은 기간(90건, 1210억원) 대비 건수, 금액 모두 크게 늘었다. 특히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의 경우 브로커 또는 직원 간 공모 등 금융사고가 조직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금융사고가 적발돼도 회사 차원에서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금융사고 예방은 물론 보고 체계가 미흡했고, 은행이 사고를 발견하고도 금융당국에 제때 보고하지 않으면서 금감원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작년 신한투자증권 금융사고 발생...머리 맞댄 그룹 이사진
그러나 이번 건의 경우 신한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이미 보고를 마쳤고,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계열사 사고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어 해당 사고가 그룹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0월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1300억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매매 운용 손실과 관련해 주주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이사회와 경영진 모두 정확한 사실 파악과 더불어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나아가 신한금융그룹 이사회는 당시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내용을 보고받고, 대응 현황과 점검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도 했다. 곽수근 이사는 “이번 사고를 통해 위험성이 높고 통제가 미약했던 업무를 개선하고, 회사의 문화와 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해 조직 전체가 변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곽 이사는 감사위원회를 통해 감사 진행 경과와 개선 과제의 추진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또한 이용국 이사는 신한투자증권뿐만 아니라 신한은행에도 이와 유사한 업무 혹은 동일 수준의 리스크를 보유한 업무가 있는지 질의하며 “신한은행을 비롯한 다른 자회사들도 꼼꼼히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속히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전략 방향으로 전방위적인 내부통제 확립, 차별적 고객가치 제고, 기업시민 역량 강화 등을 천명했는데,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그룹 내부통제 역량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과제에 보다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룹의 이사회 의사록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사회 차원에서 금융사고 발생 이후 어떠한 논의가 있었는지 등을 적절한 수준에서 알리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