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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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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의존 철강·석화, 고환율에 내년도 ‘어떡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24 18:17

원달러 1400원대 2달째…수입 의존 원료 부담↑
관세장벽·中 밀어내기에 수출 반사이익 기대↓
원자재 가격 상승·석화 고원가율에 ‘예의주시’
고환율 장기화되면 원가 부담 내년도 이어질듯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23일 1471원에 이어 하룻만에 5원가량 오른 1476원대(24일 오후 3시30분 기준)로 치솟으며 '고환율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다.


달러당 1470원대가 2개월 이어지면서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 국내 기업들이 4분기는 물론 내년 실적까지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고환율에 따른 원가 상승은 차치하더라도 미국발 관세 무역장벽과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고환율의 수출 호재 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 저조, 비용 증가라는 재무 부담만 늘어나는 어려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고환율 기조가 언제까지 고착화될 지 불확실한 상황이기에 철강·석화업계는 올해 마지막 4분기 실적 관리뿐 아니라 내년 사업 전망 수립에서도 애로를 겪을 전망이다.


24일 외환시장은 달러당 1472.0원으로 개장한 뒤 상승세를 유지했다. 두 달여 전인 지난 9월 말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선 뒤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 1475.6원으로 마감하며 1470원대까지 올라온 것이다.


철강사와 석화사, 정유사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은 이 같은 원화 가치 하락 기조가 한국 경제에 고착화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빠르면 이번 4분기, 길게는 내년까지 더 큰 원자재 비용 부담을 안기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환율은 수출 중심 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들은 더 많은 수익을 내게 되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져 같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해도 원화로 바꿨을 때 더 많은 돈이 들어온다.


그러나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 꼽혀온 철강사와 석화사들은 4분기 들어 환율 급등세로 원가 부담이 커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전세계적 공급 과잉으로 수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상황이라 고환율에 따른 수출 실적 수혜가 제한적이다.


철강사들은 원가 상승과 무역 장벽 이중고에 갇혀 있다. 철강사들의 원재료비 가운데 3분의2를 차지하는 철광석과 원료탄이 가격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철광석(철 함유량 62%, 북중국 CFR 현물 기준) 가격은 톤당 104.8달러로 전월 대비 0.3% 올랐고, 제철용 원료탄(동호주 FOB 현물 기준)은 196달러로 0.5% 비싸졌다. 10월 31일 마감 환율 대비 이날 환율의 증가폭을 단순 계산한 수치를 반영하면 실제 원가 증가율은 약 3.4%, 3.6%에 이른다.


수출의 경우 자동차용 강판 같은 철강사들의 주요 수출품목은 주요 수요처인 미국과 유럽에서 무역장벽을 높여 녹록지 않다.


미국 시장은 4월부터 철강 수입재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6월에는 관세율을 50%로 높였다. 유럽도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미국과 비슷하게 무관세 쿼터 축소와 철강 수입제품 관세 50% 부과를 추진 중이다.


가격을 올릴 유인도 약하다. 중국에서는 후판 같은 철강재 물량을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 저가로 밀어내는 데다 공급 과잉의 원인인 제조업 부동산 경기 침체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석화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유 가격 부담이 커지는데 석화소재 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에틸렌 스프레드가 하락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각종 소재를 만드는 기초 재료인 에틸렌과 에틸렌의 제조 원료인 나프타 간 가격 차이를 가리킨다. 나프타는 원유를 끓여 개별 물질로 분리하는 정제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국내 에틸렌 스프레드는 17일 기준 톤당 116.5달러를 기록해 전월보다 30% 하락했다. 지난 3분기 에틸렌 스프레드가 반등하면서 석화사들의 실적 회복이나 적자 축소에 기여했지만, 이번 4분기는 이러한 호재를 못 본다는 것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 가격이 고환율 영향으로 상승하면 에틸렌 스프레드가 줄어들 여지가 더 커진다.


게다가 석화사들은 나프타분해설비(NCC) 등 생산 설비를 한번 멈추면 재가동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이 더 크다는 특성 때문에 수요 위축에도 손실을 감수하며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원유를 직접 조달하는 정유사들은 원유를 몇 달간 비축했다가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사업 구조 때문에 당장 원자재비 부담을 지지 않는다. 다만 고환율 기조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원가 부담 직격탄을 맞게 된다.


특히 올해 들어 매출 대비 원가 비율이 100%에 근접한 터라 약간의 원가 상승이 실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1~3분기 국내 4대 정유사들의 매출원가율은 △SK에너지 98.6% △GS칼텍스 96.8% △HD현대오일뱅크 97.4% △에쓰오일 98.2%을 기록했다. 고환율 기조로 4분기를 넘어 내년에 원가율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SK지오센트릭과 SK에너지의 경우3분기말 환율을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한다면 발생하는 추가 순손실(법인세 차감 전 기준)이 각각 약 113억원과 562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이날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철강과 석화, 정유산업의 생산은 올해보다 각각 2.0%, 0.5%, 0.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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