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 유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을 '세입자 있는 모든 주택'으로 확대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이후 시장에서 제기된 매물 잠김 우려를 완화하고,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12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 토허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을 거래할 경우 매수자의 입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까지 유예하는 대상을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을 담은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은 13일부터 입법예고된다.
그동안 토허구역에서는 주택을 매입하면 허가 후 4개월 안에 입주해 최소 2년간 실거주해야 했다. 다만 정부는 앞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부 다주택자 매도 물건에 한해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까지 유예해왔다.
그러나 비거주 1주택자는 동일한 상황에서도 유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적용 범위를 비거주 1주택자를 포함한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실거주 유예가 일부 다주택자 매도 물건에만 적용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며 “세입자가 있어 매도를 고민하던 이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5월 12일 기준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주택은 모두 실거주 유예 대상이 된다. 다만 유예를 받기 위해서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이후 4개월 안에 소유권 이전등기 등 주택 취득 절차를 마쳐야 한다.
실거주 유예는 현재 체결된 임대차계약의 최초 종료 시점까지 인정된다. 다만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는 입주해야 하며 이후 2년 실거주 의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갭투자 허용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실거주 의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입주 시점만 뒤로 미뤄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우진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큰 틀에서 토허제 2년 실거주 의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실거주 의무를 약간 뒤로 미뤄주는 효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매수자 자격도 제한된다. 실거주 유예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발표일인 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사람으로 한정된다. 발표 이후 기존 주택을 처분해 무주택자가 된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갈아타기 목적의 거래를 차단하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매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출 규제 완화 계획은 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국토부는 전세가 낀 주택 특성상 보증금 규모가 담보인정비율(LTV)을 초과하면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입자 퇴거 시 활용 가능한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최대 1억원 수준"이라며 “나머지는 자기자본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거주 의무 위반 시 제재 역시 유지된다. 정부는 입주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취득가액의 최대 10% 범위에서 매년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허위·부정 거래가 확인되면 허가 취소와 거래 무효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갭투자 아니다" 선 그었지만…시장선 “사실상 토허제 완화" 해석도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거래 절벽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토허제 실거주 원칙이 사실상 완화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기존에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경우 매수자가 4개월 내 입주하기 어려워 거래 자체가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무주택자가 전세 낀 주택을 매수한 뒤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매물 출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효과 규모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유리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서울 비거주 1주택 규모와 관련해 약 83만가구 추정치가 거론되고 있지만 다주택자 물량 등이 함께 포함돼 있어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라며 “실거주 유예 확대가 매물 출회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월세 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비거주 1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전세 공급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세 수요 역시 함께 감소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기존 전월세로 거주하던 무주택자가 시장에 나온 물량을 매수하는 구조인 만큼 전세 공급이 하나 줄면 전세 수요도 함께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시장 균형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차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중저가 주택 위주로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며 “시장 조정 과정에서 일부 마찰적 부분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공급 부족 우려에 대해서는 2028년 이후 상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장은 “2026~2027년은 입주 물량이 다소 적은 상황이지만 2028년부터는 3기 신도시 등 공급 물량이 본격적으로 입주하게 될 것"이라며 “공급 확대를 위해 가용 가능한 수단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함영진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비거주 1주택자까지 임대차를 낀 토지거래허가 예외를 적용하면 일부 추가 매물 출회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자본 여력이 부족할수록 갈아타기와 매도 결정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주택자 역시 임대차 승계 매각은 가능해졌지만 양도세 중과가 유지돼 실제 매물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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