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강찬수

kcs25@ekn.kr

강찬수기자 기사모음




태아·어린이 위협하는 ‘영원한 화학물질’…일상 곳곳에서 ‘빨간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8.16 06:29

산모 혈액 오염물질 태아로 이동
일부 성분 태아 쪽 농도가 더 높아
어린이 뇌척수액에서도 확인돼
실내 먼지·공기 오염 탓일 수도
남한강 오염 최대치 2803 ng/L
초단쇄 PFAS가 99% 이상 차지

.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은 태반을 통과해 태아와 어린이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자료=챗GPT 이미지)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태아기부터 어린이의 성장 과정까지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기존에 규제 대상이 된 과불화옥탄술폰산(PFOS)·과불화옥탄산(PFOA)을 대신해 사용되는 단쇄·초단쇄 PFAS(분자 사슬이 짧은 PFAS)까지 태반과 중추신경계에 도달하거나 간 기능을 교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PFAS 관리의 사각지대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프라이팬 코팅제 등에 널리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PFAS). 잘 분해되지 않고 축적되는 성질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자료=미 국립보건원(NIH)]


◇'영원한 화학물질' PFAS


과불화화합물(PFAS)은 탄소와 불소의 강한 결합을 특징으로 하는 수천 종 이상의 거대한 화합물 군(群)을 말한다. PFAS는 태반 발달과 기능을 방해하여 저체중아 출산, 조산, 임신중독증 등 임신 합병증 위험을 높이고, 어린이의 중추신경계에 도달해 지능 지수(IQ) 감소와 인지 및 행동 장애 등 신경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간세포 내 담즙 대사를 교란해 간 기능 장애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대사 이상, 면역 결핍, 신장 손상 및 발암 가능성 등 인체 전반에 걸쳐 심각한 건강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과불화화합물은 그 탄소 사슬의 길이(탄소 수)에 따라 초단쇄, 단쇄, 장쇄로 구분한다.


초단쇄(Ultra-short-chain, USC)는 보통 탄소 수가 1~3개(C1~C3)인 화합물로 정의한다. 단쇄(Short-chain, SC)는 일반적으로 C4~C7인 화합물을 말한다. 장쇄(Long-chain, LC)는 탄소 사슬이 긴 화합물로, 카르복실산 계열은 C8 이상(예: PFOA), 술폰산 계열은 C7 이상(예: PFOS)으로 분류한다.


장쇄 PFAS는 환경 내 지속성과 생물 농축성이 높아 우선적인 규제 대상이 됐다. 2019년 스톡홀름 협약에서는 PFOA 및 그 염류와 관련 화학물질 175종을 전면 규제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국내 수질 관리 조사에서는 보통 28종 또는 29종의 주요 PFAS를 표적 분석 대상으로 삼아 모니터링하고 있다.




.

▲대표적인 과불화화합물인 PFOA와 PFOS의 분자구조.

.

▲과불화화합물(PFAS)은 인체 내 여러 가지 건강 피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료=Maerten, A. 등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6)


산모 혈액 속 PFAS, 태반 넘어 태아로


중국과학원 연구진은 지난 4월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저널에 임신 기간 산모의 PFAS 노출과 태반 독성의 연관성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 신시내티 산모 코호트(동질 집단)에서는 임신 16주 산모 혈청의 PFOS 기하평균 농도가 mL당 12.70ng(나노그램, 10억분의 1g)이었는데, 출산 시점에는 8.50ng/mL로 낮아졌다. PFOA도 4.80ng/mL에서 3.30ng/mL, 과불화노난산(PFNA)은 0.82ng/mL에서 0.66ng/mL로 감소했다.


문제는 혈중 농도가 낮아졌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신 중 혈장량이 늘어난 데 따른 희석 효과와 태반을 통과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태아가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상하이 출생 코호트에서도 PFOS 농도가 임신 1분기 13.90ng/mL에서 3분기 10.66ng/mL로 감소했지만 꾸준히 검출됐다.


PFAS는 혈액 속 단백질과 결합한 상태로 이동한 뒤 태반에 도달한다. 태반은 산소와 영양분을 교환하는 능동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PFAS가 단순히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수동 확산과 수송체 등을 통해 태아 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FAS는 태반의 혈관 형성과 영양막세포의 침윤을 방해하고 산화 스트레스와 지질대사를 교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변화는 태아의 성장과 임신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역학 연구에서는 산모의 PFOS·PFOA 농도가 높을수록 출생체중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고, 산모의 PFOA 농도가 높을수록 조산 위험이 최대 2.08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

▲과불화화합물(PFAS)이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료=Gao, Y. 등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6)


◇태반은 '장벽'이 아니라 PFAS의 통로이자 저장고


일본 규슈대학교 연구진이 지난 5월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연구는 태반의 역할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102쌍의 산모·영아를 분석한 결과 산모 혈청에서 제대혈로 이어지는 PFAS의 평균 통과 효율은 약 45%였다. 그런데 PFBS, PFBA, PFPeA, PFDoA 등 일부 물질은 통과 효율이 100%를 넘어섰다.


여기서 '100% 초과'는 태아에게 전달되는 농도가 산모 혈청 농도와 비교해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으로, 태반이 단순한 물리적 차단막이 아니라 PFAS를 축적하고 재분배하는 '활성 화학적 인터페이스'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단쇄 PFAS가 장쇄 PFAS보다 태반을 쉽게 통과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기존 PFOS와 PFOA 대신에 사슬 길이가 짧은 대체 물질을 사용하는 방식만으로는 태아 노출을 충분히 줄이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태반 양면 사이의 PFAS 이동 효율도 약 73%로 나타났다. 태반이 PFAS의 일회성 통과 지점이 아니라 일정 기간 물질을 머금고 재분배하는 기관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하천에서는 초단쇄 PFAS가 압도적


PFAS 문제는 국내 수계에서도 확인된다.


서울물연구원 연구진이 지난 5월 국내 저널인 '환경분석과 독성보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5년 3~11월 남한강 수계 7개 지점에서 28종의 PFAS를 분석했다. 전자산업단지 방류수가 유입되는 죽당천(경기도 이천) 지점에서는 PFAS 총농도가 L당 평균 2803ng​로 가장 높았다. 남한강 본류 하류 지점에서는 75.2ng/L까지 낮아졌다.


.

▲서울물연구원 PFAS 조사 지점. (자료=환경분석과 독성보건, 2026)


더 주목할 점은 PFAS의 구성이다. 죽당천에서는 전체 PFAS의 99% 이상이 단쇄 또는 초단쇄 물질이었다. 초단쇄 PFAS가 58.9%, 단쇄 PFAS가 40.6%를 차지한 반면 PFOS·PFOA 등을 포함한 장쇄 PFAS는 불과 0.5%였다.


초단쇄 PFAS 가운데서는 PFPrA와 TFMS, 단쇄 PFAS 가운데서는 PFBA와 PFPeA가 주요 성분이었다. 연구진은 일부 PFAS 성분 사이에서 매우 강한 상관관계가 확인된 점 등을 근거로 반도체 제조공정과 폐수처리시설 등이 주요 배출원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들 물질의 특성이다. 단쇄·초단쇄 PFAS는 물에 잘 녹고 이동성이 높아 수계에서 넓게 퍼질 수 있으며 기존 활성탄 중심의 정수처리 공정으로 제거하기도 쉽지 않다.



◇4대강 지류에서도 광범위하게 검출


창원대 전준호 교수팀이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미관리 수질오염물질 탐색체계 구축' 연구 보고서에서도 PFAS의 광범위한 분포가 확인됐다.


전국 4대강 수계 129개 지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분석한 29종의 PFAS 가운데 20종이 지류에서 검출됐다. 지류에서 평균 농도가 가장 높은 물질은 GenX로 L당 0.0367㎍(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이었고, PFBA 0.0189㎍/L, PFMPA 0.0182㎍/L, PFHxA 0.0136㎍/L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폐수처리시설의 영향을 받는 지점에서는 GenX가 평균 0.0657㎍/L로 검출됐다.


PFAS를 포함한 미관리 오염물질 전체의 평균 농도는 한강 권역 지류에서 0.0926㎍/L로 가장 높았고, 낙동강 0.0729㎍/L, 금강 0.0661㎍/L, 영산강 0.0607㎍/L 순이었다.


PFAS는 물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조사 대상 민물고기에서 PFOS 검출률은 95.7%에 달했다. 먹이사슬을 통한 생물축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

▲실내 공기와 바닥 먼지도 과불화화합물(PFAS)로 오염될 수 있다. (자료=Woodward, M. 등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6)


◇집 안의 먼지와 공기도 어린이의 노출 경로


강물 오염은 수돗물을 통해 인체로 들어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PFAS는 활성탄 처리 등 고도정수처리를 통해서도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이에게 PFAS가 전달되는 경로는 수돗물이나 식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교 연구진은 가정에서 실내 공기와 먼지를 조사해 그 결과를 지난달 '환경 과학 기술'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실내 공기에서는 6:2 FTOH가 98%의 높은 검출 빈도를 보였고 농도는 m³당 1.54~40.7ng이었다. 실내 먼지에서는 6:2 diPAP가 g당 최대 48.8ng까지 검출됐다. PFOS와 PFOA 역시 가정 먼지에서 각각 최대 24.2ng/g과 16.7ng/g의 농도로 확인됐다.


1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노출량을 추정한 결과, 고노출군에서는 실내 공기와 먼지만으로 체중 1kg당 하루 0.129ng의 PFAS를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실내 노출이 EFSA의 주간 섭취허용량(TWI)의 약 20%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실내 공기와 먼지 노출만으로 어린이 혈청 PFOA와 PFDA 농도의 약 20%를 설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카펫과 가구, 방수·방오 기능성 섬유, 각종 소비재 등에 사용된 PFAS가 실내 먼지와 공기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어린이는 바닥이나 물건과 접촉하는 시간이 많고 손을 입에 대는 행동도 많아 성인보다 먼지 노출에 취약할 수 있다.



◇어린이 뇌척수액에서도 PFAS 검출


더 우려스러운 것은 PFAS가 어린이의 중추신경계 주변까지 도달한다는 연구 결과다.


중국 난징의과대학교 연구진은 평균 연령 5.95세인 어린이 47명의 뇌척수액을 분석, 그 결과를 최근 '환경 과학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발표했다. 조사 결과, 대상자 47명 모두의 뇌척수액에서 PFAS가 검출됐다.


PFOA는 98%에서 검출됐으며 중앙값은 0.0345ng/mL였다. PFOS는 89%, PFHxS는 96%에서 검출됐고 각각 중앙값은 0.0174ng/mL와 0.0040ng/mL였다. PFOS 대체물질로 사용되는 6:2 Cl-PFESA도 68%에서 검출됐다.


.

▲어린이 뇌척수액 속에서도 과불화화합물(PFAS)이 검출되고 있다. (자료=Bai, H. 등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2026)


뇌척수액에서 PFAS가 검출됐다는 사실은 적어도 일부 PFAS가 혈액-뇌 장벽 또는 혈액-뇌척수액 장벽을 거쳐 중추신경계 주변까지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만으로 PFAS가 특정 어린이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지능 저하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기존 역학연구에서 신경발달과의 연관성이 보고돼 있지만, 뇌척수액 검출 결과와 특정 건강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짧은 것은 안전하다'는 공식도 흔들려


PFAS 문제의 가장 큰 변화는 오염의 중심이 기존 PFOS·PFOA에서 새로운 대체물질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벨기에 자유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초단쇄 PFAS인 TFA, TFMS, PFPrA, PFPrS가 인간 간세포 모델에서 담즙산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 및 수송체의 기능을 변화시키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BSEP, MRP2, MRP3 등 담즙 배출에 관여하는 수송체와 담즙산 대사 경로가 영향을 받았고, 24~72시간의 노출에서는 소포체 스트레스와 산화 스트레스,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등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초단쇄 PFAS가 기존 PFOS·PFOA보다 독성이 낮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안전한 대체물질'이라고 단정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초단쇄 PFAS는 높은 수용성과 이동성 때문에 물환경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FILES-US-ENVIRONMENT-PFAS-PESTICIDE

▲지난 3월 5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서 환경 운동가들이 과불화화합물(PFAS)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PFAS 관리, '몇 종 규제'에서 '물질군 관리'로


연구들을 종합하면 PFAS 문제는 더 이상 특정 화학물질 몇 종의 문제가 아니다.


산모의 혈액 → 태반 → 태아 → 출생 후 수돗물·식품 → 실내 먼지·공기 → 어린이의 혈액과 중추신경계로 이어지는 노출 경로가 존재한다. 동시에 산업폐수가 하천으로 유입되고, 일부 PFAS는 수계와 생태계에 잔류하면서 먹이사슬을 통해 다시 사람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이제 PFAS 관리는 '환경에 얼마나 존재하는가'를 넘어 '태아와 어린이가 얼마나 노출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기존 PFOS·PFOA를 규제하자 단쇄·초단쇄 PFAS와 대체물질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정책적 과제다. 물질 하나가 규제되면 구조가 조금 다른 물질로 대체되는 '끝없는 두더지 잡기' 방식으로는 PFAS의 환경 잔류와 건강 위험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렵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PFAS 정책은 △PFAS 물질군 전체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 △초단쇄·대체 PFAS를 포함한 수질 기준 마련 △산업폐수 배출원 관리 △정수장에서의 제거기술 고도화 △태반·제대혈·어린이 생체시료를 활용한 국가 차원의 노출 감시 △실내 먼지와 소비재에 대한 관리 등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배너